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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博士 스파이 누명 벗었다-英네이처誌,前KGB요원 증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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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과학엔 국경이 없어도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진 조국 프랑스를 위해 포도주 양조기술을 개발해낸 과학자 파스퇴르의 말이다.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誌 최신호는 덴마크의 저명한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원폭제조기술관련 舊소련 스파이혐의가 풀렸다며 생전의 보어를 직접 만난 소련과학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원자폭탄이 개발된 40년대중반 원폭제조기술은 국익이 걸린 문제로 인류전체를 통틀어 몇 안되는 과학자만이 관여했던 일급기밀이었다. 당시 원폭제조능력이 없어 혈안이 돼 있던 소련이 서방세계 원자물리학자에게 접근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원자폭탄의 아버지이며 맨해튼계획 참가자이기도한 로버트오펜하이머박사는 물론 아인슈타인에 이어 20세기 최대의 이론물리학자로 꼽히는 보어 역시 소련의 스파이역할을 했다는 금년초 前KGB요원 수도플라토프의 폭로는 여간 충격적인 일이 아니었다.이들이 원폭개발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엄중한 경호를 뚫고 KGB요원이 접촉할 수 있었는가가 첫번째 의문.
소련의 핵물리학자이며 KGB요원이었던 야콥 텔레츠키가 보어의누명을 벗긴 장본인으로 그는 당시 소련 원폭계획 책임자이며 훗날 KGB의장으로 악명을 떨쳤던 베리아의 밀명을 받고 46년 보어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접촉은 공식적인 학술모임을 통한 질문을 가장해 이루어졌으며 이 때문에 美정보망의 추적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보어는 당시 어떤 질문에도 이미 물리학계에 알려진 이론이외는 일체 언급을 삼갔다는 것이 그의 회고였다.
〈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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