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출마' 여론 뭇매 피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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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는 7일 "혈혈단신으로 국민 앞에 섰고, 정당과 같은 조직의 울타리도 없다"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무소속 출마가 명분과 시간에서 유일한 출마 방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97년 자신의 손으로 한나라당을 창당했던 그로선 새 정당을 만들 명분이 부족한 데다 '단기필마 출마'로 여론의 뭇매를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또 후보 등록 마감일(26일)까지 2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창준위 구성→5개 시.도당 창당대회→중앙당 창당대회라는 창당 절차를 완료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정치적 포석도 담긴 것 같다. 이 후보는 무소속 출마로 특정 정당에 자신을 국한시키지 않는 대신 국민중심당.참주인연합.선진한국당(고건 전 총리 지지조직)과 보수우익 사회단체, 옛 한나라당 인사 등 제 정치세력을 끌어 모은 '연합 후보'를 표방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대선 이후 총선까지 겨냥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 후보 측은 대선에서 지더라도 일정 수준의 득표율을 얻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이탈 세력까지 끌어안아 원내교섭단체 수준의 독자 정당을 만드는 계획까지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소속 출마는 돈과 조직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무소속 후보는 이달 말 선관위가 원내 정당에 지급하는 355억원의 선거보조금.경상보조금 분배 대상이 아니다. 그의 선대위는 이흥주 특보 등 소수의 가신 그룹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은 양정규.하순봉.김기배.최돈웅 전 의원 등 2002년 선대위 핵심 인사들이 주축인 '함덕회'와 강삼재 전 사무총장, 정인봉 전 의원 등의 참여를 기대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고개를 젓고 있다.

?이회창, "국민 속으로"=이 후보는 7일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 "국민 속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이흥주 특보가 전했다.

이 특보는 기자들에게 "이 후보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이 어떻게 힘들게 사는가를 직접 보고 체험함으로써 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도 이날 밤 이 후보의 서빙고 자택에서 2시간여를 보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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