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덕군 앞바다서 1천2백년 묵은 장수거북이 한쌍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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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동해용왕을 박대해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북 일부지역에서 계속되는 가뭄이 1천2백년이나 묵은 장수거북이 한쌍을붙잡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경북 동해안 주민들에 의해제기돼 화제다.
가뭄에 지친 동해안 주민들 사이에「동해용왕」으로 관심을 끌기시작한 장수거북이 한쌍이 잡힌 것은 지난 6월20일.
경북영덕군강구면구계리 김상철(金相喆.45)씨가 마을 앞바다에쳐놓은 정치망에 길이 1m20㎝,무게 1백2㎏짜리 초대형 수거북이 한마리가 잡힌데 이어 이튿날에는 길이 1m20㎝,무게 85㎏짜리 암거북이까지 잇따라 잡힌 것.이 거북이 한 쌍은 1백년에 한개씩 생긴다는 목테가 12개씩 나 있어 올해 나이 1천2백살로 추정된다.
金씨는 그후 장수거북이 부부를 자신이 경영하는 횟집 수족관에넣어두고 원매자를 찾던중 공교롭게 문전성시를 이루던 손님들이 갑자기 줄어들고 왼쪽다리까지 다치는등 불상사가 겹치자 서울롯데월드에서 1천만원에 사겠다고 나섰음에도『예삿일이 아니다』며 지난 8일 대한불교법화종에 기증했다.
법화종은 오는 26일 부산해운대에서 열리는「아시안게임 부산유치기원 대법회」때 방생하기 위해 장수거북이 부부를 현재 부산시남구 민락동의 수족관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까.장수거북이가 잡힌후 3개월째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포항.영일.영덕등 동해안 지역주민들은 이같은소식을 전해듣고『전국에서 이 지역이 유일하게 가뭄을 심하게 타고 있는 것은 동해용왕이 잡혔기 때문』이라며『해 운대 앞바다가아니라 잡힌 곳에 데려다 하루속히 방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지난 10,11일 이틀동안 영일군부녀회.여성단체협의회등 각 사회단체에서 장수거북이 부부의 조기방생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같은 움직임이 동해안지역으로 확산되자 우명규(禹命奎)경북도지사는극심한 가뭄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1천2 백년이나 된 장수거북이를「동해용왕」으로 믿는 주민들의 소망을 풀어주기 위해조기방생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화종측은『예정된 방생행사를 취소할 수 없다』며『다만법회 당일 배편을 내준다면 처음 잡힌 영덕 앞바다에 나가서 방생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禹지사는 가뭄에 지쳐있는 동해안지역 주민들의 애타는 목소리가연일 메아리지자 16일에도 鄭文和 부산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한편 장수거북이 부부가 있는 수족관에는 이 소식을 전해듣고 방생하기 전에 「동해용왕」을 한번 보려는 불교신도와 시민들이 하루평균 1천여명씩 몰려들고 있다.
[大邱〓李勇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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