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사장교' 연루 황 교수 면접시험 문제 미리 빼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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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짜 외국 대학 학위로 학사장교에 임관된 경기대 사회교육원 경호.비서 과정 수료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 면접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사장교 임관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과 군 검찰은 군 내부 공모자가 경기대 사회교육원 황모(48.여) 교수에게 면접시험 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5일 발표했다.

검찰은 "면접시험 문제 유출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군인은 서울지역 모 대학 학군단에 근무하는 부사관 5~7명이며 이들 가운데 2명은 황 교수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계좌추적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학사장교로 임관됐던 황 교수의 일부 제자로부터 "황 교수가 뽑아준 예상 면접시험 문제가 실제 면접 때 출제된 문제와 일치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군 내부 공모자가 황 교수에게서 돈을 받고 면접시험 문제를 미리 빼준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황 교수가 2005년 10월부터 육군 여성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이런 사실이 면접시험 문제를 미리 빼돌리는 데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학사장교 선발 때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며 이처럼 유출된 면접시험 문제를 미리 본 황 교수 제자들은 25명이 지원해 23명이 합격했다.

한편 대전지검은 이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황 교수와 필리핀 칼로스엠에이대(옛 바기오예술신학대) 이모(62) 이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02년부터 필리핀 바기오예술신학대 및 칼로스엠에이대 졸업증명서.학사학위증 등을 위조, 황 교수의 제자 23명이 육군 학사장교로 임관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황 교수는 제자들로부터 필리핀 대학 학비와 졸업비 등 명목으로 1인당 5200달러(약 470만원)를 받아 이 중 1600달러를 알선소개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는 또 외국에서의 사격 및 경호훈련비나 논문심사비, 합숙훈련비 등 명목으로 제자들로부터 1인당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황 교수의 제자들은 짧게는 15일, 길게는 225일 동안 필리핀에 체류했으나 대학에는 다니지 않은 채 황 교수의 지도 아래 어학원에서 영어연수를 하거나 운동을 했다. 국내에서의 합숙훈련 때도 면접시험 공부를 약간 했을 뿐 황 교수 집 청소나 빨래, 운전기사 노릇 등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황 교수의 제자들은 필리핀 대학의 가짜 학위증을 받기 위해 1인당 4000만~5000만원을 썼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바기오예술신학대에서 가짜 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활동 중인 사람이 3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160여 명은 신원을 파악했으며 이 중에는 공무원이나 교회, 교육기관 종사자 등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이들이 가짜 학위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거나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공공기관.사기업 공채시험에 합격된 사실이 확인되면 모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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