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건강의수호천사] 아이러브안과 원장 박영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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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10월 27일, 광화문에 있는 문화 아트홀에서 독창회를 했다.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의사가 여러 사람 앞에 서서 노래한다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무도 없는 데서 노래를 한다면 음정·박자 무시하고 악을 쓴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예복 갖춰 입고, 노래를 부르는 독창회는 경우가 다르다.

 나는 어려서부터 소박한 꿈이 하나 있었다. 항상 음악과 함께 삶을 살고 싶다는 거였다. 하지만 의학 공부한다고 이런 꿈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삭막하게 살아 왔다. 그나마 위안이 된 곳은 교회 성가대였다. 그러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도전한 것은 50을 넘긴 2년여 전이다.

 사생결단으로 성악을 배웠다. 주 2∼3일 교습을 받으면서 틈틈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취미가 매니어 수준이 되면 생활이 변하는 법이다. 내게도 놀랄 만한 변화가 찾아 왔다. 자연히 술·담배를 멀리하게 됐다. 특히 담배는 성대에 독약과 같다. 맑은 목소리를 위해선 항상 신체적으로도 맑은 건강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마음의 정화도 따라왔다. 주옥 같은 명곡을 듣고 부르니 정서적인 순화는 물론 스트레스가 저절로 날아갔다. 배신당한 사랑을 주제로 한 토스티의 논 타모 피우, 나폴리 민요, 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린 우리 가곡을 부르다 보면 영혼이 맑아지면서 억눌렸던 감정이 서서히 녹아드는 느낌을 받는다.

 집중력도 높아진 듯하다. 안과는 눈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섬세함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예술분야는 집중력이 없으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의술과 예술이 이런 점에선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호흡이다. 성악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배로 숨을 쉬면서 폐활량을 늘려가야 한다. 복식호흡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장운동을 도와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변비를 개선한다.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해 체지방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복식호흡 1시간은 걷기 25분, 자전거타기 35분과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효과가 있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이론도 있다. 어쨌든 부수적인 건강까지 얻다 보니 성악은 이제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나는 안과의사로서 수많은 시각장애인을 만나 왔다. 수술로도 회복할 수 없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들을 본다는 건 안과의사로서 한계를 느끼는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창회를 꼭 열고 싶다. 이 소망을 위해 오늘도 나는 노래를 부른다.

 아이러브안과 원장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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