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기업 만들어 소외계층에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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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베이커리가 지난 9월부터 수익을 올리는 등 자립 기반을 다졌다. 장흔성 대표(맨 오른쪽)가 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핫도그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25일 구미시 형곡2동 동사무소 옆 ‘아름다운 베이커리’. 1층 사무실의 문을 열자 직원 대여섯 명이 빵 조각에 채소를 넣고 크림을 바르는 등 바쁜 손길을 놀린다. 완성된 케익·핫도그·샌드위치는 예쁘게 포장돼 박스에 들어간다.

공장장 전용수(33)씨는 “지역기업 20여 곳에 보낼 빵”이라며 “맛있는 빵을 많이 팔아야 남을 도울 수 있어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아직 노동부에 정식 등록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구미시민 46명이 1억여 원을 출자해 출범 1년 7개월여 만에 아름다운 베이커리가 자립 기반을 갖춰 가고 있다. 직원 12명을 고용해 9월부터 월 2000여만 원의 매출을 돌파하면서 월 400여만 원 수익으로 돌아섰다.

이 수익금은 구미시내 어린이 공부방 두 곳과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또 적지만 수익의 2%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된다.
대표 장흔성(44·여)씨는“지역기업이 도와 준 덕분”이라며 “더 많은 소외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빵을 팔겠다”고 다짐했다.

아름다운 베이커리가 자립 기반을 다지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초창기 빵을 제대로 팔지 못해 매출은 수백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장 대표와 사무실 직원 3명은 기업체·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설명하고 빵 구입을 호소했다. 그러나 기존 납품업체의 보이지 않는 견제에다 잔업 여부에 따라 매출이 달라져 남는 빵이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7월에는 많은 비로 공장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임대료가 싼 지하에 공장을 만든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지금의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4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기계 수리와 공장 인테리어 등에 많은 돈을 지출한 때문이다.

 기술을 가진 공장장 전씨를 채용해 직원에게 빵 만드는 법을 가르쳤으나 실수가 컸고, 밀가루·설탕 포대가 무겁다며 이직을 하는 여직원도 나왔다.

취업 1년이 조금 넘은 지모(44·여)씨는 “무거운 것 옮기고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해 무척 힘들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하루 8시간씩 일하는 이곳 남자 직원 5명은 130만~220여만 원, 여직원 7명은 평균 90여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사회적 기업이어서 임금 가운데 최저임금분(월 78만여원)을 노동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체 조달한다.

좌절하던 직원들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출자자들. 적자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듣고 출자자들은 한 달에 10만~20만 원 어치 빵을 사주곤 했다. 기업체·학교에 판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점차 소문이 나면서 영업 실적이 호전됐고 지난 2월 창립 1주년 때는 연간 1억2000만 원 매출에 300만 원 적자로 실적이 향상됐다. 8월에는 빚을 모두 갚고, 9월부터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노동부의 고용 지원금(월 924만 원, 3년 기한)을 받고 있어 여전히 적자나 다름없다. ‘완전 자립’이란 과제가 남은 것이다.

장 대표는 “월 4000여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인건비를 자체 충당할 수 있다”며 “기업체 납품 외에 빵집 개점 등 다양한 판로개척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사회적 기업=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수익을 내기위해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비영리 조직과 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 7월 시행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아름다운 가게, 저소득 환자에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솜이재단, 새터민 6명이 운영하는 백두식품 등 36곳을 공식 인증했다. 내년부터 이들 기업에는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과 참여자 1인당 최저임금 및 4대 보험료 경감 등 지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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