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입양아 하늘이의 남다른 가슴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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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김려령 지음,
문학동네,
164쪽, 9000원,
초등 5·6학년 이상

초등학교 6학년인 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여자 아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청소년 전문가인 엄마, 치과 의사이자 국내 입양단체의 홍보대사인 아빠의 딸이다.

예전에 “하늘이는 가슴으로 낳았지”하며 엄마가 안아 주면 좋았지만, 이제 하늘이는 그 말이 싫다. “난 널 낳지 않았어”로 들리기 때문이다. TV 인터뷰나 잡지 기사에 나오기 좋아하는 엄마가 자기를 이용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하늘이는 입양의 날 기념행사 전 꾀병을 부린다. 문방구에서 산 손난로를 이마에 얹어 열이 나는 것처럼 만들었을 뿐인데, 정말 아픈 것 같다. 정확하게 몸이 아픈 것인지 마음이 아픈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설은 입양아 하늘이의 심리를 담담하게 전한다. 하지만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이다. “친부모와 헤어지던 때는 기억할 수 없지만 문득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통과하는 순간이 있다. 버려진 강아지를 볼 때, 혼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볼 때,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을 볼 때 그렇다.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슬픔, 생각할수록 화나고 서운한 슬픔이다.”

그런 하늘이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나중에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그리며 정성스럽게 만들던 종이 모형 마을이 엄마 때문에 망가진 것이다.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는 하늘이의 마음에 상처를 받고 엄마가 화를 내다 일어난 사고였다. 혹독한 아픔 뒤 하늘이의 종이 마을은 고쳐진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 같은 엄마, 다정한 아빠, 하늘이를 구박하지만 정 많은 할머니가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마을은 완성된다.

이야기 곳곳에는 입양아가 아니라도 요즘 아이라면 할 법한 고민이 녹아 있다. 역시 다른 가정에 입양된, 하늘이보다 한 살 어린 한강이가 가출한 것은 나쁜 서클에 들 것을 강요했던 선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어른들은 한강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집을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또 하늘이가 “나는 애완용 아이가 아니라고요!”라고 소리치려다 겨우 참는 모습은 부모의 꼼꼼한 사랑을 오해하는 아이들의 공감을 살 듯하다.

제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제목의 해마는 하늘이가 선천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은 뒤 가슴에 생긴 흉터가 동물도감에서 본 울퉁불퉁한 해마와 닮았다고 직접 붙여 준 이름이다. 해마는 하늘이가 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겪는 상처를 상징하면서도 수술 때 하늘이 곁을 떠나지 않은 양부모의 사랑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해마의 의미와 하늘이의 상처에 대해 아이와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변에 입양된 친구가 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사춘기 아이들, 혈연으로만 엮어진 가족만이 가족이 아님을 알아야 할 어른들에게 권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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