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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간 이명박 "나는 친대기업 아닌 친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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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右)가 29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손경식 회장(左)과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9일 각각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자신의 기업관과 산업정책을 피력했다. 최근 금산분리 이슈를 놓고 맞대결을 펼쳤던 두 사람은 이날도 기업정책 분야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대한상의 특강에서 "어떤 분들은 날더러 '친(親)대기업적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친대기업' 성향이 아니라 '친기업' 성향이란 주장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어렵고 대기업의 국내 투자도 과감하게 안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 환경이 친기업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나름대로 친기업적이라고 말했지만 경제인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 ▶성장과 분배의 조화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발언요지.

"대한민국 경제가 이만큼 가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반도체.조선.철강 등에서 이뤄 놓은 탄력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기업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고 특히 최근 5년간 투자성장률은 거의 1%에 머물렀다. (집권하면) 적극적인 지원이 없어도 되는 경쟁력 있는 대기업은 규제를 없애 길을 열어주고, 중소기업 정책도 세계무역기구(WTO)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철저히 세우겠다. 기업에는 재래식 사업과 첨단사업이 있고, 중소기업 형태도 여러 가지가 있어 하나의 정책으로는 맞지 않는다. 다양한 맞춤형 정책으로 철저히 세분화하겠다. 생산성을 높이는 등 성장동력을 높이면 고성장은 가능하다."

◆긴장감 흐른 전경련 방문=이날 오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정 후보와 재계 인사들 간의 간담회장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근 정 후보가 선언한 '금산분리 고수' 방침 때문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을 방문해 조석래 회장(左)과 간담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정 후보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에게 "외환위기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기업의 구조개선과 자원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경우는 7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대기업은 튼튼해지고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반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근근이 먹고 살거나 잘못되는 결과도 많았다"며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희망이 생겨야 좋은 나라가 된다. 전경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조 회장은 "기업의 은행 소유를 법규로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이) 은행 지분을 가졌다고 지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금산분리의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자 정 후보 측에서 "국민의 법 감정상 재벌의 은행 소유는 허용하기 어렵다"(박영선 의원)고 반박하면서 양측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노사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랐다. 조 회장은 "노동시장에서 법치주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후보는 "법과 원칙은 당연한 대전제다. 그러나 노사 관계는 법만 내세워선 안 된다. 타협과 중재를 통해 해결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김경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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