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고급공산품이 잘팔린다-기업 고가화전략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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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기업들의 특정제품에 대한 高價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다소 비싸더라도 고품질이라야 한다』는 구매태도가 과즙음료.
아기샴푸등 생활용품에 국한되지 않고 줌카메라.자동차에서부터 승강기.중장비,심지어 造船.컨테이너등 산업저변으로 옮겨지고 있다. 물론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등 선진국에서 시작된「가격인하」바람이 불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고급이 미덕」이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고급화되고 있는 셈이다.
㈜東洋폴리에스터는 블라우스.재킷의 고급 실크소재인 PCP原絲제품이 고가인데도 올들어 製織업체로부터의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PCP原絲는 보통 실크보다 파운드당 가격이 3배 가량 높은3달러50센트에 달하지만 0.2데니아(1데니아는 원재료 1g을9천m길이로 뽑을 수 있는 실의 굵기단위)라는「극세사」급 제품이어서 인기가 높다.東洋폴리에스터는 오는 11월 月 10t규모의 PCP원사 생산량을 月20t으로 증설해 생산량을 높일 계획이다. 빌딩 건축자재 분야에서는 특히 고급제품의 선호도가 높다. ㈜럭키가 최근 개발한 고급 PVC섀시(창틀)는 고급 오피스빌딩 건축업체로부터 주문이 매달 35%씩 증가하고 있다.일반 PVC창틀보다 2~3배 비싼 1평방m당 6만원의 가격이나 강도가 높고 문을 여닫기 매우 부드러운 특징을 갖췄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Ⅱ는 올들어 판매가 호조를 보여 중형 승용차로서 소형모델 판매(연간)를 처음 앞지를 전망이다.쏘나타Ⅱ는올 들어 지난달말까지 9만6천2백32대가 판매돼 9만5천여대가팔린 엘란트라를 제쳤다.같은기간 4만2천여대의 판매실적을 거둔대우자동차의 프린스 1.8모델도 3만5천3백대의 르망을 처음 앞질렀다.
그런가 하면 타이어는 요즘 광폭 모델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등 가전제품도 대형.고급 모델이 시장을 주도해가고 있다.
삼성.금성.대우등 가전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25인치TV.4백ℓ냉장고.7㎏세탁기 등 대형.고급제품의 수요가 3개품목 전체의 53%가량(판매금액 기준)에 달했다.
세탁기의 경우 대형화되면서 세제 35%절감등 성능이 크게 개량되었고 TV는 편평도 개량 화면과 PIP(화면속 화면)기능및고음질 스피커 등이 채택됐다.지난 92년 이들 대형 고급제품의수요는 전체의 35%수준이었다.
삼성항공의 39만원 짜리 3배줌 카메라는 지난91년 첫선을 보인 이래 이달중 1백만대 판매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2배 슬림줌 모델(32만원)과 합치면 이들 2개제품은 삼성항공이시판하는 총15개 모델 판매금액의 절반을 웃돈다 .
고가.고급 제품의 일반화 추세는 지난 18일 재무부의 세제 개혁안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시계와 카메라는 이번 조치로 특소세 과세대상이 40만원,50만원 이상에서 각각 1백만원 이상으로 높여지도록 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승강기는 요즘 고속및 안전 기능에서 앞서는 고급기종이 선호되고 있다.
금성산전은 1분당 1백80m를 이동하는 고속 기종에 대한 주문이 지난해까지 서울강남 무역센터 빌딩외에 거의 없었으나 빌딩의 고층化.인텔리전트化 추세에 따라 올들어 5건의 수주상담을 벌이고 있다.가격은 1분당 1백20m이동 모델보다 5 0~1백% 비싸다.
중장비에서도 대우중공업 등은 땅을 파고 흙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단추를 눌러 자동 작동시키는 전자장치를 부착한 모델을 시판하고 있다.이 제품은 대당 1억원 짜리인 동종의 수동식 모델보다 1천여만원 비싸다.
컨테이너 분야에서도 고가.고급제품은 시장성이 있다.
㈜한진해운은 최근 들어 고급의류와 가전제품을 기존의 스틸(鐵)컨테이너 대신 습기방지 효과가 높고 견고한 알루미늄 소재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있다.
造船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은 선박의 운행시스템을 컴퓨터를 이용해자동화해 승선인원을 줄여주는 고급 LPG(액화석유개스)운반선을개발해 지난해 노르웨이 등에 2척을 건조해 인도했다.
화학소재 분야의 삼성종합화학은 물기와 공기가 땅속과 통하는 첨단 도로 바닥면 화학소재(로드머,평당4만원)를 최근 개발해 도심지 은행.공원 관리소 등지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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