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북핵 불능화 내년까지 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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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에서 올해 말까지 완료하기로 합의했던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과정이 기한을 넘겨 내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25일 밝혔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북한은 향후 2주 안에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를 시작할 것이며 위조 달러 문제 등을 다루는 북.미 간 금융실무 회의도 몇 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은 이날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지구환경 소위와 테러비확산통상 소위가 공동 주최한 6자회담 청문회에서 사전배포 원고를 통해 "회담 참가국들이 불능화 대상을 '기존의 모든 핵시설'로 확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불능화 과정이 연말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불능화가 다음 달 1일 처음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이는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데 1년 이상 걸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향후 2주 내에 핵 프로그램 리스트를 우리와 공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어 12월 말까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괄했다고 동의할 수 있는 리스트가 확보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신고 리스트에 핵무기도 포함되느냐는 에드 로이스 의원(공화) 질문에 "미국은 모든 것을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라고 말한 뒤 "신고 리스트의 핵심은 무기급 플루토늄"이라고 강조했다.

힐은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와 관련, "북한과 논의한 결과 연말까지는 HEU 프로그램이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아님을 확신할 만큼 투명성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낙관했다.

◆힐에 대한 공격=이날 참석 의원들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확산을 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라"고 잇따라 요구했다. 힐 차관보는 "비밀로 분류된 사안"이라며 답변을 기피했다.

그러자 댄 버튼 의원(공화)은 "미 행정부는 우리(의회)에게 북한 지원자금 1억600만 달러를 승인해 달라고 요구하고 테러지원국 삭제를 요청하면서 정작 북한의 핵확산 의혹은 감추느냐"며 "당신은 상황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맹공했다. 힐은 "다음 달로 외교관 경력 30년을 맞지만 이렇게 힘든 협상은 처음"이라면서 의회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앞서 24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당했으나 "노코멘트"로 일관했었다.

한편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는 이번 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급속히 진행 중이란 소문이 일본에 돌고 있다"며 "이는 미.일 관계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5일 이날 보도했다.

시퍼 대사는 전문에서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주일 미 대사관은 암흑 속에 버려져 있었다"며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핵 협상 연계를 기피하는 듯한 국무부 노선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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