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洪재무 10대그룹투자승인 폐지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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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0일 全經聯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洪在馨재무장관이「정책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취할 수 있는 재무 정책의 굵직한 줄기는 거의 다 언급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이같은 정책들을)당초 예정(지난해 6월의新경제계획)보다 1~2년씩 일제히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洪장관의 말처럼 금융분야의 제도개선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거시경제의 적응력이나 금융기관간의 차별화등을 생각하면 이같은 加速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의 체질 개선을 가능한 한 앞당겨야 하는데다 또 내년부터의 선거일정과 96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등을 생각하고 있는 정부는 진작부터 금융개혁의 가속을 여러차례밝혀 오던 터였다.
따라서『OECD 가입 前인 95년末까지는 대부분의 금융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 개혁 속도를 보다 당기겠다』고 덧붙이기까지 한 이날 洪장관의 발언은 앞으로의 금융정책 향방을 짚어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이날 洪장관의 강연 내용을 풀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10대 계열기업에 대한「기업투자 승인제」폐지=정부가 고깝게보고 있는「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앞으로 공정거래법이호랑이 노릇을 톡톡히 할 테니,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던「돈 줄을 쥐고 있는 은행을 통한 규제」는 이제 풀겠 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귀찮은 일」(여신규제)한 가지가 없어지는대신「버거운 일」(공정거래법상 출자한도 하향 조정)이 추가되는셈이다. 한편 재무부가 이번에 손을 놓기로 한 것은 주식취득에대한 규제지 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주거래 은행을 통해 규제하게 된다.
정부는▲10대 그룹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사전승인制도 96년까지 마저 없앤뒤▲96년이후 최후까지 남게 되는 대출금 총액 관리도 30대그룹에서 10대그룹만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금융기관 업무영역조정=그간 증권사와 은행.보험이 서로『네 일은 내가 하되 내 일은 못내주겠다』고 다투어오던 외환업무와 국공채창구 매출업무를 주고 받게 했다.
내년부터는 따라서 은행 지점에 가면 개인들도 국공채를 사고 팔 수 있으며 보험회사는 특히 모집인들이 家家戶戶 찾아다니며 보험상품 세일을 하면서 채권 살 것을 권유할 수도 있다.
이는 국공채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면 販路를 더 넓게 열어 놓아살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에서다.
대신 증권사들은 그간 은행이 외환업무를 독점해왔기 때문에 은행에 쓸 데 없이 환전 수수료를 물어가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을유치하던 것이,이제 원하던 대로 주식투자 자금에 한해 직접 환전을 할 수 있게 된다.
◇금리자유화=정기예금의 절반 이상이 올해 안에 금리가 자유화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말 현재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은 가입금액 기준으로 전체의 61.8%였는데 이 예금들에 대한 금리가 올 하반기 안에 자유화되기 때문이다.
또 정기적금도 같은 시기에 만기 1~2년 짜리(전체 적금의 약 82%)를 자유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과연 금리를 올릴지, 아니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금리를 그대로 놓아 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예금보험제=언뜻 듣기 좋은 말이지만 은행들로서는「섬뜩」한 말이다.예금보험이란「은행 부도」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은행들은 정부 보증이기 때문에 부도를 낼 수가 없다」던보호막이 이제 금융자유화와 함께 하나 둘 걷어져가고있는 것이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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