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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국고 차등보조’ 이상한 계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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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참여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추구하면서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이 매년 10% 정도씩 증가한 결과 지방자치단체도 국비 보조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가중돼 재정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 실정을 감안해 내년부터 국고 보조금을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달리 지원하는 차등 보조율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됐고,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먼저 지방 재정 부담이 큰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과 영유아 보육사업 등부터 국고 차등 보조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차등 부담 기준이 시·군·구의 재정 여건과 사회보장비 지출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됨에 따라 정부는 시·군·구의 재정 자주도(자체 수입+의존 수입/일반회계)와 사회보장비지수(사회보장예산/지자체 총예산)를 반영해 차등 보조하려 한다. 현행안대로 된다면 잘사는 대도시의 자치구에 더 많은 국비를 보조해 주게 된다. 반면 낙후된 농어촌 지역은 기초생활수급자·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아 실질적으로 사회복지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데도 국비 보조는 상대적으로 적게 지원돼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

이는 사회보장비지수가 합리적인 차등 보조 기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비지수란 지자체의 총예산에서 사회보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런데 지자체 예산 규모가 시·군과 자치구 사이에 현격히 차이가 있는데도 동일하게 취급한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치구 예산은 시·군의 2분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자치구 예산이 적은 이유는 광역시 단위가 하나의 생활권이므로 광역시청에서 사회간접자본 등 큰 사업들을 직접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군은 광활한 면적에 별도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어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자치구에 비해 예산 규모가 크다. 따라서 시·군·구 간 사회보장비가 비슷하게 소요되더라도 자치구는 예산 규모가 작아 사회보장비지수가 당연히 높게 나타난다. 사회보장비지수가 높다고 더 많은 국비를 지원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보장 예산을 자치단체 인구로 나눈 주민 1인당 사회보장비로 바꾸어 적용해야 정확한 복지 수요와 재정 여건이 반영된다.

지난해부터 국세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그 재원을 지자체에 배분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똑같은 사회보장비지수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면 대도시의 잘사는 자치구는 국비 보조가 많고, 못사는 농어촌 지역은 국비 보조가 적어 지자체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아울러 시·군과 자치구는 세입·세출 면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만큼 별도 그룹으로 분류해 차등 보조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역의 복지 수요와 재정 실태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국고를 지원해 지역 간 복지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박혜자 전라남도 복지여성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