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원봉사열기후끈~] 고구마·이웃사랑 함께 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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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안성시 원곡면 농사 체험장에서 경기도 60개 초등학교 교사들의 봉사 모임인‘어울림’ 회원과 가족들이 그동안 가꾼 고구마를 캐고 있다. 이날 수확한 고구마는회원들이 평소 후원해 온 복지시설에 전달됐다. 안성=강정현 기자

20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농사체험장. 호미를 쥔 채 조심스레 고구마 뿌리를 찾던 윤명아(47·여·용인 남곡초교 교사)씨는 “정말 필요한 분들께 보낼 ‘가을 선물’인데… 흠집이 나선 곤란하죠”라며 잠시 허리를 폈다.

윤씨와 함께 고구마 캐기에 여념 없는 이들은 경기도 60개 초등학교 교사들의 봉사모임인 ‘어울림’ 회원과 가족들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열두 시간 동안 이어진 가을걷이에서 사과상자로 100개 분량의 고구마가 쌓였다. 다섯 달 동안 정성스레 가꾼 고구마는 회원들이 자주 방문하는 보육원이나 양로원에 보내질 예정이다. 매주 일요일 회원들이 경기도 오산시에서 진행하는 노인 무료급식 행사에서 반찬으로도 쓰인다.

 어른 주먹보다 큰 고구마를 발견한 아이들 입에서 “신기하다”는 탄성이 나오자 고구마 캐기에 열중하던 교사와 학부모들도 고개를 들어 큰 소리로 웃었다. 정진남(54·오산 운산초교 교사)씨는 “고구마에 담긴 작은 정성이 받는 분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울림 회원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농작물을 재배하자’는 제안을 꺼낸 정씨가 자비를 들여 안성에 약 4000㎡의 밭을 샀다. 교사들과 학부모·학생이 함께 어울려 고구마·배추·딸기·허브를 심었다. 아들 원준(12·운산초교)군과 함께 체험장을 찾은 학부모 홍혜빈(42·여)씨는 “수확의 기쁨도 맛보고, 이웃 사랑도 가르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체험 학습”이라며 웃었다.

이날 가을걷이엔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정신지체를 겪고 있는 경민(6)군 등 장애아동 13명이다. 어울림 회원들은 좀처럼 바깥 나들이 기회를 얻기 힘든 이들을 파종부터 수확까지 수차례 초대했다. 여느 어린이처럼 생태학습 기회도 주고 함께 일하는 경험도 갖게 하자는 취지였다.

장애아들이 회원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진남씨는 “우리의 활동은 누구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이웃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나눔’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고구마를 줄 뿐이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 준다”고 말했다.

안성=송지혜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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