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일푼 全씨와 130억 주무른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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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를 어제 소환해 그가 관리해오던 1백30억원대에 이르는 괴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 조사했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재용씨가 자진 귀국해 검찰 조사에 응한 것은 그간의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재용씨의 괴자금을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 나이 40인 그가 어떻게 그런 거액을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큰 소득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부친이나 친인척 등에게서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재용씨도 검찰 조사에서 외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아직 이르다. 부친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사망한 외할아버지를 끌어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금 출처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야당에서 제기한 대선 자금 유입설도 규명해야 할 대상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보관 중이던 재용씨 비자금 중 일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흘러들어갔다는 한나라당 측의 주장은 대통령의 도덕성과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반드시 사실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금 사용처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그가 10억원짜리 빌라 세채를 한꺼번에 구입했는가 하면 모 탤런트 계좌에도 수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천2백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지금까지 3백14억원만 납부했다. 지난해 4월 재산명시를 심리하던 법정에선 보유 중인 예금이 29만1천원이라고 답변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일부 언론이 추적한 그의 일가 재산이 2백50억원대나 되는데도 가재도구와 자택 별채의 경매까지 감수하며 버티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다운 명예로운 길을 택해야 한다. 이제라도 진실을 고백하고 자신의 밀린 추징금을 국가에 내야 한다. 국민의 분노에 찬 시선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