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디자인’세계가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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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작품 ‘롤리- 폴리 화분’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상품에 ‘Made by KAIST’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젊은 KAIST 교수가 세계 최고의 디자인 공모전인 독일 레드닷(Red Dot) 공모전에서 1,2등을 휩쓸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35·사진)교수는 컨셉트 부문에서 식물에 물 주는 시기를 알려주는 ‘롤리-폴리 화분’으로 대상을, 옷의 재질·빨래 방법 등을 담은 ‘전자태그’로 최우수상을 각각 수상하게 됐다.

 레드닷 공모전은 독일 IF,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힌다. 이번 공모전에는 제품·커뮤니케이션·컨셉트 디자인 등 3개 부문에서 47개국의 6000여점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수상작은 앞으로 1년간 싱가포르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된다. 시상식은 11월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배 교수의 꿈은 원대하다. 그는 “이번 수상 작품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쓰거나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KAIST의 브랜드를 붙여서다. 그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한국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수상 작품의 경우 아이디어가 기발해 상품화할 경우 히트를 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롤리-폴리화분은 밑바닥이 오뚝이 아랫부분처럼 반원형으로 생긴 것으로 물이 충분이 있을 때는 똑바로 서 있지만 말라갈수록 기울어진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을 설정하고 물을 주면 화분 내부의 무거운 부분과 물탱크 부분의 무게가 균형을 이뤄 처음에는 똑바로 서 있는 것이다. 무게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기울어진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 화분의 기울기를 보고 물을 줘야 할 때를 판단할 수 있다.

 옷의 특성을 담은 전자태그에는 세탁 방법,색상,사이즈,재질,색상 코드 등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기존 옷 꼬리표처럼 그림으로 사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배 교수의 전공은 제품 디자인이다. 미국 뉴욕의 디자인 명문인 파슨 스쿨을 나왔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대학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모교의 강단에 섰다. 1998년 미국 미술대 졸업반 학생들의 작품 경연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 1등을 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석사과정은 모교에서 교수를 하면서 마쳤다. 그 뒤 2005년 KAIST에 발탁됐다.

 그는 98년 미국 산업디자인협회 우수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대만국제디자인공모전에서 금상과 장려상을 한꺼번에 수상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당초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갈 때는 사진을 전공하려고 했으나 진로가 바뀌어 디자인을 하게 됐다”며 “막상 하고 나니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솟아 이것이 내 천직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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