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특목고 모의 국제회의…준비현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김유나·최영민·임희중·방기원·김인수·박예슬·김소연

법안·정책안 발표후 심의·공방…
영어는 기본…자료조사 비지땀

28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열리는 ‘2007 한국 모의 국제회의’가 특목고 학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잘 알려진 모의 유엔총회와는 그 형식과 내용을 달리 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17일 모의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외고 학생들의 준비 현장을 찾았다. 학생들은 각국 또는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정리해 서로 영어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 유창한 영어로 내 주장을 펼친다
“보험회사가 유전자 시험을 통해 고객의 유전적 정보를 습득한 후, 그 정보를 가지고 특정 고객들은 보험에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 시켜야 합니다.” (미 민주당 의원 역할 학생A)
“본 의원이 공동명의로 제출하는 법안에 따르면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30일 이하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이 법안이 통과 된지 91일 이후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지적된 사안은 보험회사들이 유전자 시험을 통해 얻은 정보로 자신들의 영업적 위험을 최소화 시키고 상업적인 목적만을 강조한 기업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본 의원은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민주당 의원 역할 학생 B)
 
“이 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위법한 사항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의 영업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부분도 문제입니다.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법안 통과가 무리라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공화당 의원 역할 학생C)
외대부속외고 학생 3명이 유창한 영어로 위 내용을 쏟아냈다.
한 학생(의원)이 나서 보험회사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발표한다.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을 무시하고 수명연장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상대 당 의원이 법안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펼친다. 시종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공방을 벌인 끝에 투표를 거쳐 법안이 최종 통과되고 이를 주장하던 학생이 박수를 받았다.

미 의회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학생들에의해 연출되고 있었다. 그것도 영어로….
이날(17일)은 28일 열릴 모의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특목고 학생들이 용인의 외대부속고교에서 회의 진행 연습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 G8 정상회담, 미국 상·하원 등 네팀(소위원회)으로 나뉘어 실전을 방불하는 열띤 공방을 벌였다.
학생들은 요즘 자신이 펼칠 주장의 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료조사와 제안서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사전 모임은 논리적 약점을 보강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 국제무대 협상가처럼 행동한다
기원(외대부속외고 1)이는 한국의 국제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 국제협상가가 되고 싶다. 미국 아이비리그로 유학한 후 정치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다소 어눌한 말투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간단 명료하게 전달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협상가의 모습이다.
다소 수줍은 모습이던 은선(외대부속외고 2)이는 이미 모의 유엔총회에 수차례 참석한 베테랑. “원래 아프리카 기아대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주제에 관해 자료조사도 해봤었는데 마침 이번 모의 국제회의 주제로 채택됐다는 걸 알고 참가를 결심했죠.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부패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은 반드시 해결돼야 합니다.” 자신의 포부를 당당하게 펼치는 은선이는 여성 차별의 환경을 개선하는 교육전문가가 되리라 다짐한다.

은선이와 함께 G8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1학년 소연이는 자신만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보다 ‘큰 사고’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국제 협상가가 되고 싶은 소연이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내년 하버드 대학에서 열리는 미 모의의회에도 참여할 생각을 갖게 됐다.
동료들과 아프리카 정부 부패와 민간 지원문제를 연구하던 중 스스로 민간기구 직접 지원 방안을 이끌어 낸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

■ 미래의 꿈을 내가 일군다
이날 연습에 같이 참가한 한영외고 3학년 유나는 친구인 인수와 함께 학교에서 이미 모의 국제회의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이다.
매년 학내 대회는 물론 기회가 닿는 대로 해외 대회에도 참여했다. 장차 국제적으로 기업간 분쟁이 일어날 때 중간에서 법적인 문제를 조정하는 국제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다.
“처음엔 영어가 많이 서툴렀는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꾸준히 대화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모의 국제회의의 또 다른 효과다.
한영외고 3학년 ‘3인방’ 중 한명인 희중이는 고등학교 졸업 전 마지막 기회라 이번 대회에 많은 애착이 간다. UN에서 국제 환경 전문가로 활동하는 꿈을 가진 희중이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체 대회일정을 2~3일정도로 늘리고, 준비기간도 충분히 가졌으면 더 좋았는데…”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대부속외고 1학년 영민이는 이 행사를 통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싶다. “이 행사가 규모나 참여자 면에서 더욱 큰 행사로 성장해 우리들이 장차 국제무대에 나설 때 좋은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세계 각국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나름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글로벌 리더를 향한 그들의 꿈이 영글고 있다.


■ KIMC

(Korea International Model Congress) 진행 방식
참가자들은 4개의 소위원회 즉, 세계경제포럼(WEF), G8 정상회담, 미 의회 민주·공화당 의원으로 나뉘어 그 분야에 맞는 법안 및 정책안을 발표하고 심의한다. 각 소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 및 정책안은 행사 당일( 28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본회의장에서 최종 심의를 거쳐 의결된다.
 
■ 4개 소위원회 토의 주제는
4개의 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주제는 모두 실제 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는 비중 있는 주제다.
G8(소위원회)에선 지난 6월 독일에서 논의됐던 기후변화 협약과 세계 반부패 정책을 다룬다. 여러 경제단체가 함께 토론하는 WEF에서는 아프리카 정부 부패 및 기아대책에 대한 문제가 상정된다. 미 상·하원에서는 무기억제 및 국경 출입국 제한 문제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안을 심의하게 된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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