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몸살앓는 獨미술계-국립미술관 통합기념전 작품선정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東.西獨 통일이후 40여년만에 하나로 합쳐진 독일미술계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심각한 통합후유증을 앓고 있다.
舊동독시절 국가작가의 작품들을 둘러싸고 빚어진 이 후유증은 금년 여름들어 독일 현대미술계를 뒤흔드는 일대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베를린에 있던 서독 국립회화관은 新國家繪畵館으로의 개칭과 함께 舊동독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인수했다.
이들 작품중 문제가 된 것은 근.현대미술부문에「동서 분단시대의 독일미술」이란 타이틀로 분류,전시해놓은 작품들.
당초 이 전시는 양독의 국립미술관통합을 기념하고 또 새로운 통일독일미술사 기술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의미에서 개막당시 대단한 화제를 불러모았었다.
그런데 구동독시절 박해를 받았던 일단의 미술평론가들이 이곳에걸린 작품들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베른하르트 하이제히.볼프강 마트이야.빌리 제테.베르너 도페등 구동독시절 국가작가 칭호를 받던 인사들의 작품을 아무런 비판없이 과거처럼 대접할 수 없다며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신봉하면서 게오르게 그로츠와 같은 그로테스크한 화풍이나 프롤레타리아의 소박한 생활을 그린 작품을 남겼다.
구동독출신 평론가들은 이들 작품을 걸고넘어져『작품을 고른 신회화관의 선정안목은 구동독정부와 하나도 다를게 없는 수준』이라며『그들의 작품이 과거 동독미술의 전부인 것처럼 오해될 우려가있을뿐 아니라 자칫 공산체제에 기생하던 예술가들 에게 면죄부를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작품선정 결과에 대해 격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이들은 신회화관의 선정을 무효로 돌리고 미하일 모르그너와 같이 동독시절에는 불우했지만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들을 새로 뽑아야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회화관측은『예술적 가치와 도덕적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고 구동독출신 비평가들의 비판을 일축하고『관제미술을 전시하는 것도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거꾸로 반론을 펴 한동안논쟁은 통일독일의 미술계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