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여성의 ‘숲’을 왜 깎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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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어른이라고 해서 아이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다. 필자는 직업상 다른 사람의 감춰진 부분을 들춰봐야 하는데 그때마다 성기에 난 털은 추한 것일까, 아니면 보는 이로 하여금 성적 심리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성적 도발 능력을 내재한 강력한 매력이며 아름다움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10여 년 전 일인데, 국전에서 음부에 털이 없는 여성 누드를 그린 동양화를 보다가 용을 그렸다는 그림에서 눈을 빼먹은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좀 별난 이야기지만 그 몇 해 뒤에 유난히 진한 검은색으로 그 부분을 강조해 그린, 반대되는 그림이 국전에 출전된 것을 보면서 작가가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감상이 달라질 수 있는가 감탄했다.

이처럼 인간의 음모(pubic hair)는 그것이 갖는 섹스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미추의 해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에 자주 소개되는 여성 누드에 독자들이 집중되는 것도 결코 무리한 탈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문헌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미 그 부위에 대한 미추 개념이 정립되어 있었기에 우리가 복잡한 논리를 내세워 다툴 필요가 없다.

고대문명이 태동하는 이 시기에 이집트를 포함해 그리스와 로마에서 체모가 동물을 상징하므로 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회적 인식 탓인지, 고대 그리스의 예술품 중에는 여성의 퓨빅 헤어가 선명하게 그려진 작품이 없다.

그래서 미를 최고의 여성적 가치라고 인식하는 귀부인이나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들은, 오늘날 외출할 때 라이브 상태의 얼굴을 화장으로 감추는 것처럼 퓨빅 헤어를 말끔히 제거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드럽고 고운 백색 피부가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모 관행은 여자에게 국한된 것이었고, 남성은 반대로 야수적이어야 매력적이라는 견해에 따라 체모는 물론이고 성모도 손대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이런 해석이 금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로는 여성기가 있는 취구(恥丘) 부분은 화투에서 ‘8월 공산’처럼 둥그스름한 구릉지대로 가슴과 엉덩이가 연출하는 곡선미와 더불어 그것이 노출되었을 때 여체가 가진 특성이 배가된다. 그런 이유로 아마 털을 깎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반대로 남성의 성기는 피부색과 관계없이 거무스름하고, 털을 제거하면 아주 볼품 없게 돼 버린다. 정관수술이나 포경수술을 할 때 성기 주변에 난 털을 모두 제거하면 간호원들이 깔깔대고 웃는 이유도 그 미적 감각상의 결함 때문이다.

이런 시각적 효과로서의 관념이 줄곧 회화의 역사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구한 전통도 유럽에 기독교 신앙이 전파되면서 소멸되었다. 일부 학자는 로마 시대의 공중목욕탕 제도가 없어지면서 그것을 볼 사람이 없으니까 털을 깎을 필요도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고대 문헌을 보면 중세 때, 궁정의 귀부인들은 퓨빅 헤어를 손질해 대머리를 감추는 가발로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 영향을 받았음인지 영국의 찰스 2세는 애첩의 퓨빅 헤어로 만든 가발을 즐겨 썼으며, 그것을 계기로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여성의 꼬부랑 털을 엮어 만든 가발이 비싸게 상가 쇼윈도에 출하되었다.

기독교의 교세가 확장됨에 따라 사라졌던 이 관습은, 십자군 전쟁에 출정했던 병사들이 털을 깎아버린 중근동 지역의 여자들을 보고 그것이 좀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부활을 기도했으나 사회적 호응이 냉담해 실패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단지 의학적 견해를 말한다면, 본래 체모는 체취를 간직하는 역할을 하므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원초적 수단으로 보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즉 털을 깎으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곽대희 비뇨기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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