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여의도블로그] 1인5역 김지선 “넷째도 낳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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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러시아의 혁명운동가이자 사상가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고향, 울리야놉스크. 이곳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3년 전 ‘임신의 날’을 만들었다. 더욱 재미있고 놀라운 사실은 이 날만큼은 직장인도 가정에서 아이 갖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 심지어 정확히 9개월 뒤인 러시아 독립기념일 6월12일에 맞춰 출산까지 하면 범국가적으로 자동차와 냉장고에 현금까지 선물로 준다는 글을 보자 가장 먼저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 전 세계적인 출산 기근에 앞장 서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째 아들을 달랑 55분 만에 출산한 위대한 그녀, 개그우먼 김지선(사진). 직업병인지 몸 풀자마자 보내 온 문자 또한 걸작이다.

 “예정보다 20일 빨리 오늘 아침에 셋째 아들 건강하게 낳았어요. 이 정도면 나도 애국자 맞죠? ㅎㅎ.”

 그녀의 유별난 나라 사랑, 아이 사랑은 비단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벌써부터 그녀를 쏙 빼 닮은 예쁘고 건강한 넷째 딸의 태몽을 위해 크리스털로 만든 공작새가 활짝 날개를 펴는 지인의 꿈도 샀다고 한다. 이쯤이면 육아에만 전념해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그녀는 그 동안 방송에서 공백은커녕 명절엔 꼬박꼬박 시댁 가서 전부치고, 송편 빚는 평범한 며느리에 평균학점 4.0의 ‘열공’ 대학생까지 무려 1인 5역을 다 소화해 내는 슈퍼우먼이다.

 “자꾸자꾸 욕심이 생겨요. 일도, 사랑도, 공부도. 예전 대학시절 방송하느라 졸업을 재대로 못한 것이 아쉬워서 3년 전 새로 입학했죠.”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만삭인 몸으로 대학 면접에 실기시험까지 보고 당당히 합격한 그녀는 몸 풀고 두 달 만에 단국대 연극영화과 새내기로 입학했다. 덕분에 셋째 아이 태교 또한 남달랐다고.

 “자연스럽게 학교 공부로 태교가 됐어요. 그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읽어 본 적 없는 셰익스피어 문학을 연기시험 때문에 독파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제가 줄리엣 역할을 맡아 대사까지 몽땅 다 외웠다니까요.”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신생활을 즐기며 자기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30대 싱글 여성을 지칭하는 ‘골드미스’가 있다면, 그녀처럼 안정된 가정과 건강한 아이, 여기에 자신의 일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위기를 넘어선 주부들을 위해 이렇게 불러주자. 당신은 황금보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미세스’라고.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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