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 재개정-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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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부가 농안법(농산물 수급및 안정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새로만들었다.民自黨이 「개혁입법」차원에서 개정한 현행 농안법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현재와 같은 농수산물 유통구조상 자칫 제2의농안법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게 이유다.
현행 농안법 가운데 「태풍의 눈」은 다름 아닌 중매인의 도소매행위 금지규정이다.지난 5월초 중매인들이 이른바 「준법투쟁」을 하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농수산물 유통시장이 마비된 것도 바로 이 규정 때문이었다.
당시 농안법파동은 장기화될 경우 잘못하면 정국불안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이 때문에 崔仁基농림수산부장관은 사태수습에 나서 중매인 대표들에게 종전처럼 도소매행위를 계속 허용하는 쪽으로의 법개정 추진을 약속했다.
이로 인해 농안법파동은 이틀만에 가라앉힐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개혁입법」의 당사자인 민자당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도대체개혁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농안법규정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방침이 흘러나오고 검찰은 이보 다 한걸음 더나아가 법개정을 둘러싼 로비의혹 수사에 나서 농림수산부관계자들이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정부는 현행 농안법규정을 그대로 둔다면 중매인들의 반발로 계도기간이 끝나는 11월초 제2의 파동이 일어날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재개정 작업에 나서지 않을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매인들에게 소매상등 실수요자의 주문에 의한 중개행위만을허용할 경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殘品에 대한 처리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거래가 안된 농수산물이 시장에서 썩어나가는 사례를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金泰洙농림수산부차관이 물러나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농수산물유통개혁기획단과 농수산물유통발전위원회를 구성,전문가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 개혁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이번 개혁안은 현실여건을 고려,중매인에게 도매행위를허용하되 밭떼기 거래등 산지수집활동은 금지토록 했다.
도매법인에 대해서는 상장수수료를 내리고 이익금의 일부를 적립,경락가격이 현저히 낮아 손해를 보게 된 출하자에게 차액을 보전해주도록 했다.또 정기적으로 도매법인의 운영상태를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매장면적을 줄이거나 늘려주며 경우 에 따라서는도매법인의 지정을 취소토록 한다는 방안이다.
농림수산부 관계자는 『정치권의 개혁의지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하면서 현실여건도 반영해 이번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민자당등 정치권으로 다시 넘어갔다.현행 농안법의 유보 시한이 10월말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그때까지 국회에서 생산자인 농민과 도시 소비자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柳秦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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