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밤에도 피는 무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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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여년 전의 維新시절 정부내의 몇몇 인사들이 우리 國花인 무궁화를 다른 꽃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내놓은 일이 있었다.그들의 주장인즉 무궁화를「朝開暮落花」혹은「槿花一日之榮」이라 하여 인생의 무상함이라든지 하 루살이 인생을비유하고 있느니만큼 國花로서는 부적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의견은 무궁화의 본래 생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다수의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무궁화가 아침 일찍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이튿날 떨어지는 것은 틀림없지만 또 다시 새로운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하루살이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그래서 반만년동안 가난과 外勢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리면서도 굳건하게 지탱해온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가 무궁화의 생리를 닮아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日帝 36년간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상징적인 꽃임을 눈치채고침략자들이 무궁화의 씨를 말리려 광분했던 사실만으로도 무궁화와우리민족간의 끈끈한 유대를 짐작케 한 다.
무궁화를 우리의 國花로 삼을 것을 처음 제창한 사람은 韓末과日帝치하의 교육자며 독립운동가였던 南宮檍선생이다.그는 교회와 학교마다 무궁화의 苗圃를 만들어 독립혼을 고취시키는 한편 33년에는「무궁화와 한국역사」라는 글을 써 무궁화의 은근과 끈기를선양하다가 체포돼 복역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정식으로 國花로 지정된 것은 물론 해방후의 일이며 정부가 수립된후 國旗峯도무궁화 꽃봉오리로 정했고,국회나 정부의 標章도 무궁화의 도안을사용하는가 하면 우리나라 최고 의 훈장을「무궁화 대훈장」으로 명명하는등 무궁화의 쓰임새도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그 꽃이 아름다우며 다른 꽃에 비해 번식력이 강하고 기르기 쉬운데도 기르려는 사람이 그리 많지않다.가장 큰 이유는영양분이 많아 진딧물이 많이 달라붙기 때문이다.이번 한 식물학자에 의해 개발된 신품종 무궁화는 밤에도 피어 그 開花시간이 35시간에 달할 뿐만 아니라 잎이 두껍고 표면도 매끈매끈한 蜜蠟性이어서 진딧물등 병충해도 막아준다니 이제 무궁화는 우리 국화로서 국민들과 좀더 가까워질것 같다.하지만 11일 密陽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두개의 열차가 무 궁화號였다는 사실이 어쩐지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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