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휴식없는 항공기운항 사고위험 도사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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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일 발생한 제주공항에서의 KAL機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위협이 되는 무리한 항공편 운항이 다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승무원들의 신속.침착한 안내와 승객들의 질서의식으로 사망자가 전혀없는「기적의 탈출」이 가능했으나 지난해 蝟島아시아나항공기 사고와 마찬가지로 기상상태를 외면한 무리한 착륙시도였음이 밝혀지고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 었다는 점에서 작년 사고를 계기로 지적됐던 항공운항 안전수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증편운항=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피서철을 맞아 경쟁적인 증편운항을 해왔다.
서울~제주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평상시 34편 왕복외에 요일에 따라 최고 10편을 늘려 운항했고 아시아나도 평상시 13~14편의 정기편외에 5~6편을 추가운항해 왔다.이때문에 항공기에 대한 비행전후 점검을 소홀히 한채 다시 운항해 야하는가 하면 승무원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운항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사이판에서 서울로 돌아오려던 아시아나 임시편이 보조동력장치에 고장을 일으켜 만 하루만에 지연도착한 사고도 항공사가 무리하게 운항스케줄을 작성,정비가 제대로 되지않은비행기를 투입했기 때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항공정비사들은『보통 한번 운항한뒤 이상여부를 가리는 비행전후점검에 30분~1시간이 걸리나 성수기 때는 이를 지키지 못하는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이같은 증편운항은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당국과 항공사가 특별수송계획 을 세워 시행하는 것이지만 안전을 위한 만반의 대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언제또 사고를 부를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안전수칙 무시=이번 사고는 항공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한뒤 돌풍때문에 한차례 공항상공을 선회,재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 안전을 무시한 운항도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종사들에 따르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회항했을 경우 항공사의 이미지에 손상이 있는데다 회사가 승객들의 숙박비를 부담해야하는 경비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회항을 기피,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않다.
또 조종사가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 대체공항등으로 갔을때 항의소동을 일으키는 승객들의 그릇된 인식도 무리한 운항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있다.
지난해 7월 67명의 사망자를 낸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참사이후 이같은 무리한 운항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상대항공사와의 경쟁등으로 인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고 항공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金石基.尹碩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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