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5m 트럭들의 ‘묘기 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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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니아 본사 콘테스트장에서 한 운전자가 두 기둥에 묶인 빨간 공을 트럭 위에 마련된 바구니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기둥 사이에 트럭 바퀴를 나란히 세웠을 때 빨간 공을 바구니에 넣을 수 있다. 조금의 오차라도 생기면 탈락한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상용차 제조업체 스카니아 본사에서는 묘기에 가까운 트럭 운전 경연대회가 열렸다.

40피트 컨테이너를 실은 길이 15m 대형 트럭이 90도로 꺾인 지그재그 라인을 후진해 빠져나가는가 하면 두 개의 기둥에 매달린 빨간 공을 트럭 위에 설치된 바구니에 담기 위해 현란한 운전 솜씨를 보였다. 트럭이라고는 믿지지 않는 진기한 광경에 관람객의 입에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행사는 최고의 트럭 드라이버를 선발하는 ‘영 유러피언 트럭 드라이버 2007(The Young European Truckdriver 2007 Final)’. 2003년부터 스카니아가 2년마다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는 유럽 각 나라에서 평균 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27명의 본선 선수가 기량을 겨뤘다.

이들은 모두 차량 운전 기술, 연료 효율 드라이빙, 차량 사전 점검 테스트 등 까다로운 경기를 총 아홉 번 치렀다. 최종 우승은 트럭 드라이버 경력 12년의 베테랑인 마렉 제레노스(34·폴란드)가 차지했다. 상품은 스카니아 최신형 R시리즈 트럭(10만 유로 상당).
 이 행사는 트럭 기사들의 운전 기술 향상과 교통 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유럽 30여 개국에서 모인 만 35세 이하의 참가자들은 자국에서 EU 교통안전 법규에 근거한 트럭 이론과 위기 대처 능력, 교통 법규, 연료 효율 증대 등의 테스트 관문을 거쳐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트럭 기사의 올바른 운전 습관이 배기가스 오염을 줄이고 차량의 수명을 늘려 불필요한 산업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캠페인 성격도 있다.

 레프 오슬링 스카니아 회장은 “대회를 통해 안전과 환경을 생각하는 트럭 운전자를 배출함으로써 유럽 도로 교통의 모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20일 한국 사천 공장에서는 스카니아 코리아가 주최하는 국내 최고의 트럭 운전 경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스톡홀름=이지은 기자

◆스카니아(SCANIA)=1891년 설립된 스카니아는 대형 트럭과 버스, 산업·선박용 엔진을 생산·판매하는 제조업체다. 본사를 스웨덴에 두고 있는 스카니아는 전 세계에 1000여 개의 판매망과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인 운송수단을 개발, 생산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150년간 스웨덴의 금융과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 중 핵심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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