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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미스터 빨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UR에 따른 개방화시대에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경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상품을 국제시장에 내다 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상품에 대한 클레임률은 3%로 대만이나 싱가포르에 비하여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품질 1등국인 일본의 0.3%에 비해서는 10배 이상의 조잡한 상품을 가지고 수출입국을 표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섭씨35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 속에서 생산되고 있는 각종 제품의 품질을 걱정하면서 문득 70년대 중반 중동에 진출했던 어떤 건설회사 사장인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그가 熱砂의 작업현장을 돌아보고 있는데 현지에서 고용한 사우디 근로자 가 『헤이!미스터 빨리!』하고 손을 들어 인사하더라는 것이다.
현지인을 얼마나 들볶았으면 한국사람을 「미스터 빨리」라고 별명을 붙였을까 하고 웃어 넘겼지만 나중에야 그 별명속에 숨겨진명예스럽지 못한 뜻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현지에서 구호처럼 외쳐대는 『빨리,빨리해! 꾸물대지 말고 적당히 넘겨!』란 말이 귀에 못이 박힌 현지인들의 한국인관이었다는 이야기.
우리 사회에선 꼼꼼한 사람을 「미스터 좁쌀」이라고 멸시하는 풍조가 있다.일본이 품질 1등국의 명예를 얻은 데에는 모든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미스터 좁쌀」이 되어 철두철미하게 꼼꼼함을생활화하였기 때문이다.우리가 벌써 17년 전인 77년에 수출 1백억달러를 달성하면서 국제시장에서「미스터 빨리」가 아니라「미스터 좁쌀」로 평가 받았다면 지금은 여의주를 문 청룡이 되어 힘차게 승천하는 경제선진국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고도기술산업사회에서는 작은 것을 적당히 얼버무리는 통큰 사람보다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피고 눈에 보이지 않는곳을 말끔하게 마무리짓는 「미스터 좁쌀」들이 환영받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미스터 좁쌀」이라는 별명이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에이스침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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