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디오산책>다이앤 키턴의 테러리스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복면을 한 아랍 테러리스트가 역설을 펴며 추종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을 때 청중에 낀 한 여배우는 그의 불같은목소리와 행동에 그만 넋을 잃고만다.깊은 인상을 받은 여배우는다시 한번 그 남자를 만나고픈 생각에 몰두한다 .
바로 그녀의 이같은 연정을 빌미로 사건은 벌어지고,영화는 화약 냄새나는 스파이의 세계를 유약한 여성이 사랑의 포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냉정히 그려나간다.
『레즈』에서 워런 비티와 러시아로 과감한 사랑의 행각을 벌였던 보드카 같은 여성 다이앤 키턴이 여배우 찰리역으로 나오고 그녀를 사랑에 빠뜨리는 이스라엘 스파이 요셉역은 그리스 출신 요르고 보야지스가 맡았다.
『내일을 향해 쏴라』『스팅』의 조지 로이 힐 감독이 79년 로렌스 올리비에와『리틀 로맨스』를 만든 이후 유럽에서 연출한 두번째 작품이기에 유럽영화의 흥미와 재기도 만만찮다.
자신의 공연장에서 찰리는 객석에 앉아있는 그 사나이를 발견한다.그가 연설할 때 끼고 있던 반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그러나 그 반지는 그녀를 이용해 문제의 사나이 미셸과 그의 두목을 잡으려는 이스라엘측의 덫이었다.포도주 광고를 찍자고 그리스 해변으로 그녀를 데리고 온 이스라엘 첩보원 요셉은 상황을 토로하고 도움을 부탁한다.
어쨌거나 자기를 홀딱 반하게 했던 인물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 요셉이 미셸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요셉에게 마음을 주어버린 찰리는 이제 진짜 미셸에게 접근,그의 일을 하나하나 망가뜨린다.
이 영화가 주목을 끄는 것은 스파이 영화의 감초격인 2중간첩.세뇌교육.암살.테러 같은 장면을 탄탄히 담고 있으면서도 갈림길에 선 한 여성의 애정을 다각도로 조명해 액션.서스펜스.멜로물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했다는 점일 것이다.SKC 9일 시판.
〈李揆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