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사정 안좋은 금융시장 대입금.B2자금.支準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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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금융시장에서는『他入貸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든지『支準(지급준비금)부족에 걸려 자금을 받게됐다』『이자제한法 때문에 이자를 더 못받았다』는 등 일반 사람들에게는 마치 「암호」처럼들리는 낯선 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
이같은 말들은 사실 금융기관 사람들도 오랜만에 써보는 것이다.자금 시장이 매끄럽게 돌아갈 때는 나올 수가 없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요즘 자금사정이 꼬여 있다는 이야기며,사실 금리 자유화에 시동이 걸리고 자금사정이 좋아지면서 금융기관이나 당국이 한동안 「잊혀진 말」들로 치부했던 적도 있었다.
「이자제한法」은 말 그대로 「일정 수준 이상은 이자를 물리지말라는 法」이다.지난 62년 제정된 뒤 83년 年25%로 최고금리가 결정돼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私債가 성행하던 60~70년대까지만 해도 이 법은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금리가 안정되면서 다들 사실상 死文化된 줄 알았었는데최근의 급작스런 돈 가뭄을 타고 다시 빛(?)을 보았다.금융기관간 急錢인「콜금리」가 지난주 4일연속 25%의 상한선 행진을한 것은 콜 시장에 돈이 나오기 가 무섭게 금융기관들이 앞다퉈금리.금액.기간을 불문하고 끌어가는 「3不」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는 둘째치고 돈 자체가 부족하자 증권.단자.
투신사등 제2금융권에서는 5~6개 기관이 올들어 처음으로 무더기 「他入貸」를 일으키기도 했다.
他入貸란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만기가 된 어음.수표.콜차입금등을 막지못할 때 不渡를 면하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年17~19%의 표면금리와 裏面조건(보통 일주일안에 타입대 자금의 1.5배 정도에 해당하는 보통예금을 무이자로 들어주는 등)을 감수하고 조달하는 하루짜리 급전이다.
거래 은행이 둘 이상 있을 때 당좌 계정에 잔고도 없으면서 당좌수표의 결제가 떨어지려면 하룻밤이 지나야 한다는 점을 이용,오늘은 이 은행에서 발행한 당좌수표로 부도를 막고 내일은 저은행에서 발행한 당좌수표로 부도를 막는 식이다.
이같은 현상의 직접적인 계기는 6일 마감된「支準」을 채우려고은행들이 일제히 자금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支準이란 은행들이 예금 인출에 대비해 준비해두어야 하는 법정준비금으로 예금 종류에 따라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액의 3~11.5%를 현금(시재금)으로 갖고 있거나 韓銀에 맡겨야한다.
韓銀은 이를 매일 점검하기가 번거로워 한달에 두 번(7일과 22일,일요일이면 전날 기준)점검하는데,이번에는 지난달에 금융기관들이 돈을 많이 푼데다 韓銀이 지준 관리 강화에 나서며 그파장이 커진 것이다.支準을 못 채우면 은행들은 韓銀으로부터「자금」을 받거나 과태금을 물어야한다.
자금이란 韓銀이 支準부족액을 빌려줘 대신 메워주는「벌칙성 자금」으로 금리가 매우 높은데다(콜금리+2%) 은행의 신용도에 큰 타격이 된다.
다른 韓銀자금인 ,,등은 벌칙성이 아닌 정책.유동성조절 자금으로 올해초 「총액한도제」로 통합됐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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