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은 책으로 안방 도서관 꾸몄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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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김미란씨 집 안방. 침대가 차지하던 자리가 책장과 그림책으로 채워졌다. [사진=안성식 기자]

1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김미란(31)씨 집. 안방에서 도서관 개관 행사가 열렸다. 벽을 따라 놓인 여섯 개의 나지막한 책장은 500여 권의 그림책으로 빼곡하다. '애기똥풀 책꾸러기 도서관'이란 현판도 걸렸다. 개관 첫날 이용객은 김씨의 딸 시윤이(2)와 동네 아이들. 아장아장 걸어가 책을 뽑아다 방 한가운데 놓인 교자상에 펼치는 폼이 제법이다. 따라온 엄마들의 책 읽어 주는 소리에 아이들의 눈은 점점 초롱초롱해진다. '관장' 김씨는 이날 온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대출 회원증도 만들어 줬다.

"이제 매주 월요일 아파트 같은 동 아이들에게 안방 도서관을 개방하려고요. 좋은 책을 내 딸에게만 보여 주기 아깝더라고요."

꼬리에 꼬리를 문 독서운동이다. 중앙일보.동원그룹 공동주최 '책꾸러기' 캠페인을 통해 독서 육아의 효과를 절감한 김씨가 이웃을 대상으로 다시 독서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다. 책을 유난히 좋아해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책까지 주워 오곤 했던 김씨는 지난 6월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책꾸러기' 캠페인을 만났다.

첫 책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한울림)를 받고 '책꾸러기' 홈페이지(www.iqeqcq.com)의 독후활동 게시판을 참고해 매일 시윤이와 책 내용 관련 놀이를 했다. 나뭇잎으로 물고기를 만들고, 페트병 어항을 만들고, 찰흙과 이쑤시개.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물고기 가시도 만들면서 시윤이는 책 주인공인 물고기 '하양이'와 친구가 됐다.

"전에는 아이와 뭐하고 놀지 아이디어가 없어 지루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책으로 노니까 하루 종일 놀아도 끝이 없더라고요."

시윤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꺼내 왔고, 밤에도 한 시간씩 책을 읽다 자게 됐다. 김씨가 '독서 전도사'가 된 건 그때부터였다.

한 달이 지나 '책꾸러기' 캠페인의 새 책을 받으면 그 전달에 보던 책은 이웃에 사는 시윤이 친구에게 주었다. "나도 공짜로 받았으니 공짜로 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또 그 책이 계속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김씨의 책 사랑은 다시 보답을 받았다. 인터넷에 올린 독후 활동을 심사해 선정하는 '책꾸러기 으뜸맘(9월)'으로 뽑힌 것이다. 부상인 책장과 100권의 그림책이 도착하자 김씨는 집에 도서관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보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거실 대신 안방으로 정했다.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서'였다. 거실에서 책을 읽다 보면 시선이 자꾸만 주방으로 현관으로 다른 방으로 흩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침대를 버리고 화장대도 구석으로 치웠다. 도서관 이름은 김씨가 제일 좋아하는 풀꽃 '애기똥풀'에 캠페인 이름 '책꾸러기'를 더했다. 매달 '이달의 추천 도서'를 정하고 개관 이벤트로 '책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공모'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네마다 이런 미니 도서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책이 좀 더러워지면 어때요. 서로 나눠 보며 책 속에서 미래와 희망을 찾는 아이가 많아지면 더 기쁜 걸요."

이지영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책꾸러기' 캠페인은=만6세 이하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 한 달에 한 권씩 12권의 책을 무료로 보내주는 캠페인이다. '추천 도서' 중 한 권을골라 신청하면 원하는 책을 보내 준다. 매달 20일까지 신청받으며, 매달1000명씩 당첨자를 추가로 선정한다.신청은 홈페이지(www.iqeqcq.com)와 우편('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문화부 책꾸러기 담당자앞' 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275번지 동원육영재단 책꾸러기 담당자앞'.)을 통해 할 수 있다. 10월분 추천도서는 '모두 달아났네'(사계절),'한 살배기 아기 그림책'(천둥거인),'어떻게 잠을 잘까요'(한림),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비룡소),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베틀북), '티치'(시공주니어), '우리 순이 어디 가니'(보리), '똥떡'(언어세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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