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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투자 결정 스스로" 6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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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회사원 김선자(29·여)씨는 이틀 전 중국 펀드에 가입했다. 남들이 1년도 안 돼 두 배를 벌었다는 소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였다. 이자 좀 더 준다는 상호저축은행에 적금만 넣다가 펀드 투자를 처음 시작한 게 올 6월. 4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적립식 펀드만 3개를 갖고 있다. 김씨는 “물론 불안하다. 인터넷에 펀드 얘기만 나오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클릭할 정도다. 그래도 수익만 높다면야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보수적 투자를 고집하던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탁현심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PB팀장은 “요즘 여성들은 ‘누구는 어디에 투자해 얼마 벌었다더라’란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의존적?…선입견에 불과=삼성증권이 여성 고객 147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4∼17일 e-메일로 투자 성향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비중이 큰 투자 수단이 국내 주식형 상품(49.5%)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투자에 있어 보수적’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향후 10∼20년간 가장 큰 상승을 예상하는 자산도 국내 주식(53%)과 해외 주식(24%)으로, 국내외 부동산(23%)에 대한 기대보다 높게 조사됐다. 또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으로는 은행 예금 및 확정금리형 상품(33.1%)보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46.2%)를 꼽는 이가 더 많았다. 증권사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임을 감안하더라도 주식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김기영 미래에셋증권 도곡지점장은 “과거 채권 같은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주부 고객들이 요즘에는 부동산을 팔아서 중국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변했다”고 전했다.

가족(남편) 중심으로 재무설계를 할 것이라는 짐작도 빗나갔다. 여성들 대부분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87%가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나만을 위한 준비가 따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주체적으로 투자 의사를 결정했다.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응답이 67.3%에 달했다.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장애물”=여성들의 투자 성향이 독립적·적극적으로 변했지만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정보 부족(33.6%)을 들었다. 교육비 지출(21.2%)이나 주택담보대출 부담(10.9%)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그러나 정보 습득을 위해 투자 설명회나 투자 관련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는 응답이 10명 중 7명꼴에 달했다. 김종민 교보증권 강남센터장은 이에 대해 “여성들은 분석이나 자료보다는 감성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삼성증권 김도현 연구원은 따라서 “투자설명회를 열 때 아예 여성만으로 입장을 제한해 여성들이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등 맞춤식 교육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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