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에 밀린 '한국어 반' 올 가을에 무려 8곳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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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미국 초.중.고 공립학교의 한국어 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조만연)에 따르면 2007년 봄 현재 한국어반을 운영중인 공립학교는 미 전국에 64개 학교. 2007~08학년도에만 한국어반이 신설될 학교는 9개이다. 그러나 올 가을학기부터 한국어반이 폐지된 학교도 무려 8개에 이르러 실제로 지난 해보다 늘어날 공립학교수는 단 1개 뿐이다.

이처럼 한국어반 개설이 부진한 이유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한국어 교사가 부족한데다 중국어반을 설치하기 위한 중국 및 대만계 커뮤니티와 정부 로비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년 후엔 AP반을 설치하겠다는 재단의 야심찬 계획도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 교사 태부족= 한국어진흥재단에 따르면 올 가을학기부터 한국어반이 폐지된 학교는 가주에 4곳 뉴욕주 3곳 워싱턴주 1곳이다. 이중 한국어 교사 이직으로 인해 폐지된 곳은 샌디에이고의 워커초등학교 워싱턴주 사날리중 뉴욕주 PS2 등 3곳이다.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가 없어 한국어반 개설이 미뤄진 학교도 밴나이스 매그닛을 비롯해 포톨라 포터 홈스국제매그닛 등 가주에만 5~6곳에 달한다.

올해 개설하기로 했던 조지아주의 차타호체고교의 경우 내정됐던 한국어 교사가 개인사정으로 그만둬 내년으로 미뤄졌다.

한국어 교사 부족 현상은 연방정부가 2002년 제정한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예비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사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했던 기존의 교사채용 방식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교사 자격증 취득반으로 지정돼 있는 캘스테이트노스리지대의 한국어교사 자격증 준비반에서 배출되는 교사가 최근 전무한 것도 원인이다.

재단측은 급한대로 한국에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교사를 찾아 충원시키고 있지만 이 역시 취업비자 쿼터가 막혀 힘든 상태다.

▷중국어반 개설 로비 거세= 한국어반 설치를 승낙했던 학교들이 슬그머니 중국어반으로 바꾸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어반을 시작하려던 아케디아고교의 경우 학교측이 중국어반을 설치하면서 연기됐다.

한국어반 개설을 위해 기금모금 등 앞장섰던 한인학부모회는 그러나 자녀들의 불이익을 염려해 학교측에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인들이 많이 재학중인 서니힐스고교에도 이미 중국어반이 시작됐다. 9년 전부터 한국어반을 구상했던 로랜드고교의 경우 한인학부모와 학생들의 호응이 낮아 중국어반을 먼저 개설했다 최근에 한국어반을 오픈했을 정도다.

지난 해 중국어반 개설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중국계 커뮤니티는 앞으로 2년 안에 LA통합교육구에만 최소 100개의 중국어반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정부도 대만정부와 손잡고 중국어반 개설에 수백 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한국어반 증설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라카냐다학부모회의 로라 박씨는 “한국어반 개설은 한인 학생들 뿐만 아니라 미국인 학생들에게도 한국문화와 언어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특히 자녀들이 학교에서 다른 외국어와 동등한 자격으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반 개설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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