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뚫은 아줌마들 열정에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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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 보는 일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내와 엄마로만 살던 여성들이 이곳을 거치면서 일자리를 얻고 숨은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죠.”

 17일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조정아(40·사진) 소장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보람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능력개발센터는 10년 만에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여성 인력의 산실이 됐다. 1997년 경기도가 결혼·출산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30∼40대 여성의 재교육을 위해 만든 센터는 평균 취업률 64.5%, 창업 성공률 51%를 자랑하며 IT(정보기술)분야에서 ‘아줌마’ 취업·창업의 메카로 통한다. 센터를 거쳐간 수강생 중 1000여 명이 취업 또는 창업했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는 ‘IT를 이용한 여성의 경제활성화 우수사례’로 이곳을 여러차례 소개했다. 벤치마킹을 위해 센터를 다녀간 나라도 99개국에 달한다.

 조 소장은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여성연구원에서 일하다가 97년 경기도 전문직 공무원으로 센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교육과정을 입안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그는 업체 수요조사를 통해 IT분야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경제활동을 중단한 30∼40대 ‘아줌마’를 타깃으로 정해 IT 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센터 내에 어린이집을 만들고 교육시간도 하루 3시간으로 한정한 것도 주부들이 가정생활과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조 소장은 설명했다. 수요처인 기업과 교육생들의 여건에 교육 과정을 마련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분석한다. 센터는 2~6개월짜리 교육과정을 월 이만원의 수강료만 받고 운영 중이다(031-899-9100).

 취업이 쉽지 않아 창업하려는 주부들을 위해 창업지원실을 개설, 창업 과정도 일일이 지원했다. 이곳 출신 여성이 현재 운영중인 업체는 40여개나 된다.

 그는 98년 말 경기도청으로 복귀한 뒤 서울시와 여성부를 거쳐 2004년 소장으로 센터에 돌아왔다. 이미 여성인력의 산실로 성장한 센터에서 그가 역점을 둔 부분은 지식을 널리 공유하는 것. 이를 위해 2005년 100여 개 과정으로 꾸며진 e러닝 센터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고양과 군포에 지역 거점센터도 열었다.  

그는 “IT반 첫 해 졸업생의 대부분이 ‘사장님’이 됐다”며 “여기를 거쳐간 사람들이 만든 업체의 7년간 누적 매출액이 190여억이 넘고 업체가 고용한 직원 수만 따져봐도 센터가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가 간단치 않다”고 자랑했다. 그는 “여성 인력이 사장될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일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사회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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