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우대는 '8로 정치' 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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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원로 예우 자체는 이번에도 두드러졌다. 17대 주석단 상무위원회 명단만 봐도 그렇다. 장 전 주석을 비롯해 리펑(李鵬), 주룽지(朱鎔基), 리루이환(李瑞環), 웨이젠싱(尉健行), 리란칭(李嵐淸) 등 15대 상무위원 전원이 나왔다. 그 이전 간부인 류화칭(劉華淸.91) 전 군사위 부주석, 후 주석의 정치적 스승인 쑹핑(宋平.90) 전 정치국 상무위원도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원로 우대는 마오쩌뚱(毛澤東) 전 주석 이후 당의 불문율이다. 혁명 제1세대 고위간부는 퇴임 이후에도 정치국원에 해당하는 대우와 권한이 주어졌다. 퇴임 간부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경우가 '8로 정치'다.

8로란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해 천윈(陳雲), 양상쿤(楊尙昆), 보이보(薄一波), 펑전(彭眞), 리셴녠(李先念), 왕전(王震), 덩잉차오(鄧潁超) 등 8명의 원로 정치인을 가리킨다.

1980년대 초 덩샤오핑은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등 젊은 정치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중앙고문위원회를 만들고 8로를 모두 이곳으로 퇴임시켰다. 덩 자신이 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젊은 정치인이 앞에서 정치를 하면 원로들이 뒤에서 조용히 자문역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당시 당 내부 규정에 따라 고문위 부주임은 정치국 상무위원 대우를, 위원은 정치국원의 대우를 받았다. 역대 최고지도자에 관한 예우로서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마오의 경우는 1976년 병사함으로써 전임자 예우에 관한 유사한 관행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덩은 89년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서 스스로 사임해 권력 자리에서 물러난 뒤 공식적 행사에 모습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공개적 발언에도 무척 조심할 정도로 전임자가 현 권력에 간여한다는 인상을 없애려 애썼다.

그러나 덩을 계승한 장은 스스로 전임자가 보였던 전범(典範)을 깨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중국 정치행사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5년마다의 당 대회에 현직 최고지도부와 자리를 같이함으로써 많은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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