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첫 여성 총장 취임사서 부시정책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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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하버드 대학의 최초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드류 길핀 파우스트(60·사진)가 12일 취임사에서 대학 본연의 학문적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대학의 본질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대학은 주로 현재에만 책임을 지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대학이 단순히 ‘인력 양성소’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파우스트 총장은 “대학이 다음 학기에 나올 결과나 학생들이 졸업한 뒤 갖게 될 직업만 다루는 곳은 아니다”며 “일생의 틀을 마련하고 수천 년의 유산을 후세에 전하는 동시에 미래를 결정하는 배움터”라고 역설했다. NYT는 이에 대해 “교육을 계량화하거나 인력 양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취임식에 앞서 열린 인터뷰에서도 그는 부시 행정부가 글로벌 경제를 위해 경쟁력 있는 인력 양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학은 인재 양성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세기 초 미 흑인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 W.E.B 듀보이의 말을 인용해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한 “대학이 소수의 엘리트에게 제한되곤 했지만 이제는 다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말로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힘쓸 것임을 내비쳤다.

 역사학자인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371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사학 하버드대학의 첫 번째 여성 총장이자 1672년 사망한 찰스 촌시 총장 이후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지 않은 첫 총장이다. 브린모어 칼리지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공부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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