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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방 "이견 있다 말하면 대통령께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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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기자들로부터 서해 북방한계선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뒤쪽에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왼쪽 첫째)과 윤후덕 총리비서실장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 3차장(오른쪽 첫째)은 문 실장과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김장수 국방장관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자꾸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 영토선이 아니라고 말한 이튿날인 12일 오전 10시. 김 장관은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시작 전 기자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대통령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견이 있느냐.

"답변하기 어렵다. 이견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 이견이 있다고 말하면 대통령께…. 대통령께서 영토에 중점을 두고 말한 건 아니고 NLL의 성격과 배경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옆에 서 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끼어들었다.

"군사적 경계선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다."

김 장관은 잇따른 기자들의 질문에 "예민한 질문 하지 말아 달라" "곤란한 질문 하지 말아 달라"고만 말했다.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국방부는 이날 'NLL에 관한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군내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외부 기고도 금지시켰다.

한국의 영토 경계선을 지켜야 하는 국방의 의무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충성의 의무가 국방부 안에서 미묘하게 균열하고 있는 듯했다. 서해 NLL을 지키고 있는 일선 해군 부대의 일부 장병은 당혹과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해군은 2002년 6월 29일 NLL을 무단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의해 6명이 전사하고 아군 함정이 침몰한 서해교전의 기억이 있다.

교전 현장에 있던 해군 2함대사령부 소속 참수리 358호정은 이날도 NLL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385호정은 참수리 357호정이 침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NLL논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 해군 장교는 익명을 부탁하며 "북한 경비정이 지금이라도 NLL 을 넘어와 절차를 무시하고 도발할 경우 '현장에서 끝장내라'는 합참본부의 지시를 우리는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일선에 있는 젊은 장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5~97년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안병태(해사 17기) 해양전략연구소장은 "헌법상 NLL을 영토 개념으로 보지 않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우리 군이 휴전체제의 이행을 위해 지난 50여 년 동안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지켜 왔는데도 노 대통령은 이를 간과한 채 간단하게 해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박승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NLL(Northern Limit Line.서해 북방한계선)=1953년 유엔군 사령부가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에 설치한 양측 해.공군의 정찰 활동 제한 경계선. 지금까지 남북 간 해상 영토 경계선으로 기능해왔다. 북한은 73년부터 서해 5도를 포함한 NLL 부근이 북측 수역임을 주장하며 의도적으로 침범하기 시작했다. 2002년 서해교전은 이 때문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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