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풍속>늘어나는 외국인직원(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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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직원의 채용경로가 요즘들어 다양해지고 있다.맡은 업무도 종전의 어학위주에서 벗어나 고급 기술 쪽으로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 현지법인 인력을 서울로 잠시 불러들이는 「순환근무제」가 주종이었으나 일부 기업들은 이제 세계를 무대로 「인재유치작전」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 水原공장내 영상사업.디스플레이 개발팀에서 기술자료를검증하는 미국인 번즈씨(44).코치씨(48.여)는 해외 현지에서 스카우트되어 입사한 케이스.뉴욕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던중 올해초 현지 신문광고를 보고 응모,면접을 거쳐 채용됐다.
한국까지 찾아와 취업문을 두드리는 외국인들도 생겨났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들어 8명의 조종사와 10여명의 외국인 승무원들이 스스로 찾아와 입사를 희망,선별 채용했다.아시아나 항공도 비슷하다.
삼성전자의 「국제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외국거래처에 대한 프리젠테이션(브리핑)업무를 보고있는 스위스출신의 한 여직원은 혼자한국을 찾아와 취업원서를 제출,고용됐다.
해외 교육단체의 추천을 받아 채용을 시도하는 회사도 있다.
油公은 국제 産學협력 교환교류 단체인 美國국제학생교류협회(AIESEC)의 추천을 받아 대졸 임시직원 1명을 이달초 고용했다. 바로 美루이지애나大를 졸업한 프랑스출신의 자크 페레스씨(25).국제금융부에서 계약서 작성업무를 맡고 있는데 회사측은 능력을 보아 정식직원으로 발탁할 계획이다.
외국인 직원들의 업무 종류도 다양해져 단순한 어학능력을 발휘하는 기능에서 점차 고도의 노하우를 요하는 업무등으로 확대돼가고 있다.
앤터니씨(26)는 선경증권에서 해외투자가들을 상대로 투자지표인 회사소개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회사경영이 국제화돼가면서 이 분야의 비중이 커져 급여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외국인에 대한 대우는 歐美방식대로 능력급이어서 천차만별이다.증권사 투자분석가등 일부 특수직을 제외하고는 歐美현지 수준과 비슷하거나 낮은 편이다.
외국인직원 채용에는 그러나 난관도 많다.
각종 노동관계법에 묶여 채용을 추진하다 포기하는 기업체들도 있다. 국제화 차원에서 외국인 고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SKC는 최근 한사람을 채용하려다 외국인력의 입국절차.제도가 하도 까다로워 중도포기하기도 했다.MIT공학박사인 미국 거주 朝鮮族인 K모씨를 채용하려 했는데 노동법과 비자발급 절차등에 벽이 생겨 체념한 것.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높은 국제화 의지에 비해 당국의 관계규정운용 방식과 관련제도가 한참 뒤져있다』고 지적했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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