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더 잘살아야 개방 빨리온다-경제수준으로 본 체제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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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형제끼리도 살림살이가 차이나면 같이 어울리기 어렵듯 南北간에 경제격차가 너무 크면 교류가 힘들어집니다.北韓을 좀더 잘 살게 만들어 끌어안으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北韓업무를 담당해온 기업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北韓의 앞날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는 이처럼 한마디로 「北韓경제가 좀더 성장해야 개방이나 체제변화가 가능하다」로 요약된다.
기업인들의 현장경험만이 아니라 학자들의 이론상으로도 역시 현단계에서 북한의 체제 변동을 생각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에 의견이 거의 일치 된다.
北韓의 체제변동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경제가 가장 객관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의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이 웬만한 수준을 넘었을 때 공통적으로 체제변동이 일어났다는 점을알 수 있다.
韓國을 비롯,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브라질등 독재에 시달리던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성장을 제법 이룩하면서부터 민주화의 길목에 들어서기 시작했다.이들 국가의 정권들은 한결같이 정치적 정통성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경제발전에 나섰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단계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정권 유지가 어려워져 무너지고 말았다.
독재자로서야 적절한 수준에서 경제도 일으키고 정치적 지지도 얻기 바라겠지만 한번 경제성장이 시작되면 국민들의 기대상승이 폭발하게 되므로 발전의 수레바퀴를 멈추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경제성장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성장정책을 편 독재자 자신』이라는 말도 나왔다.
물론 경제성장이 반드시 민주주의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독재정권의 붕괴를 초래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39년간 프랑코 총통 체제를 유지하던 스페인은 1인당 GNP가 2천9백36달러던 75년부터 의회민주주의로 돌아섰다.
동구권의 경우 헝가리는 1인당 GDP가 2천8백17달러일 때(89년)공산주의를 청산했고 루마니아도 1인당 GDP가 2천3백10달러(89년)수준일 때 차우세스쿠 1인통치를 마감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1천~3천달러 사이에서 체제변동을 겪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北韓의 경우는 어떨까.
극단적인 사회통제 때문에 다른 나라와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개방과 경제성장을 추진할수록 폐쇄적.통제적 체제를지켜내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일단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北韓의 1인당 GNP는 9백4달러였다.
1천달러를 넘어선 후에 체제변화를 겪은 나라들이 많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면 아직은 체제 변동을 기대하기엔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다.
또 경제가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을 보면 北韓은 체제변동의 문턱에서 자꾸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우리의 對北정책이 北韓의 개방과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北韓을 자본주의적인 비즈니스의 세계로 끌어내야 획일적인 폐쇄체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北韓주민의 소득이 조금 높아지면 당장은 金正日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겠지만 소득이 크게 높아지면 근본적인 체제변화 요구도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北韓이 경제개발에 성공해 南韓과 대등한 수준에 다다를경우 혼자 힘으로 설 수 있으므로 오히려 통일이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있다.
〈南潤昊기자〉 ◇도움말 주신 분▲서울대 교수 張達重▲서울대 교수 全寅永▲고려대 교수 金炳局▲貿公 韓러 트레이드센터 전담반장 洪之璿▲코오롱상사 개발사업2팀과장 金光鎬▲㈜대우 기획조사부과장 文錤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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