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프로배구 첫 실험 … 감독도 심판도 ‘끄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7일 마산에서 끝난 프로배구 KOVO컵 대회는 한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새로운 실험의 장이었다. 비디오 판독으로 심판의 판정을 번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총 22경기를 치른 KOVO컵에선 22번의 비디오 판독 신청이 있었다. 각 팀이 한 경기에 한 차례 판독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절반 정도 기회를 활용한 셈이다. 신춘삼 KOVO 경기팀장은 9일 “판독 불가 4번을 제외하면 판정이 번복된 것은 18번 중 10번 정도였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은 첫 경기에서부터 위력을 떨쳤다. 도로공사-현대건설전에서 도로공사가 5-11로 지고 있던 2세트에서 심판이 현대건설의 득점을 선언했지만 판독 결과 번복됐다. 이를 계기로 도로공사는 2세트를 뒤집었고 결국 3-1로 승리했다.

새로운 풍경도 연출됐다. 육안으로 판단이 힘든 블로킹 터치아웃의 경우, 선수가 몰래 손 신호로 감독에게 터치아웃 여부를 가르쳐 준다. 진짜 판정이 잘못됐을 때만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 팀장은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니 생떼 쓰는 일이 줄었 다”고 말했다. 판정이 번복되지 않은 경우는 오버네트 등 선수 자신도 위반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당초 ‘심판 권위가 실추될 것’이란 우려에 비하면 심판진도 긍정적이다.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 비디오 판독이 치열한 경기에서 양팀이 판정에 수긍하는 장치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