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정치권의 페미니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너해전 한 정치학자는『여성 정치문화론』을 발표하면서「여성대통령 대망론」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꼭 남성이 최고 정치지도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깨져야 한다는 것이며,언젠가 여성이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여성의 현실정 치 참여가 더욱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여성정치지도자의 장점을 다음의 네가지로 꼽았다.첫째,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직하다는 것.둘째,덜 탐욕스럽다는 것.셋째,부정부패에 덜 물들어 있다는 것.넷째,남성들보다 정치적 능력이 모자란다는이론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그 정치학자의 주장이 절대적 당위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 해도20세기 중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여성대통령.총리등 정치가와 고급관료들의 등장은 괄목할만 하다.그것은 최근 출간된『19세기 페미니즘 단편선』의 서문에서 한 원로 여류 영문 학자가 주장한「이제까지 여성은 남성의 물리적 힘에 의한 파괴행위의 희생자였으나 이제부터의 힘은 파괴가 아닌 창조여야 하며 그것은 여성에의해 주도돼야 한다」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참여는 아직도 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령 91년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의 경우 기초의회에서 여성 후보자가 1.2%로 그중 당선율은 32.3%에 불과했고,광역의회에서는 출마율 2.2%에 당선률 12.7%의 낮은 실적을 보인 것이다.기초.광역의회에의 여성진출률은 0.9% 뿐이다.
그래서 여성단체들은 몇몇 나라들이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여성의원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남성위주의 정치풍토에서 그같은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는지는 극히 회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補選에 民自.新民黨과 달리 여성후보를 안낸民主黨이『진정한 여성정책은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는데서 출발한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열고 있는「페미니즘 영화제」는관심을 모은다.지난 1월 여성단체연합이 개최한 「문민정부 1년의 평가 토론회」는 새정부 1년의 여성정책을「낙제」라고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야당이 여성의 정치 참여나 여성정책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는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이 정도의 관심을 보인 것도전례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대된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