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논술한다] 능력중심사회로 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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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문대 출신’이라는 이력은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그 사람을 대단한 사람으로 보게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 현대사회가 지나치게 학력만 중시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지 않지만 명문대라는 건 그 대학이 그만큼 뛰어난 인재를 배출했다는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2)학력사회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다. 예컨대 한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수많은 지원자 모두의 능력을 일일이 평가하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학력이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 그 분야에서 유명한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그리고 더 수준 높은 지식을 얻기 위해 높은 학력을 추구한다. 이러한 노력이 눈부신 사회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3)반면, 학력사회의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 학벌주의가 그 예다. 학력사회에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좋은 직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주요 대학 출신들이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게 되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그 주요 대학 출신끼리 도와주는 학벌주의가 생기게 된다. 학력사회가 발전해 갈수록 학벌주의의 폐단도 커지고 있는데 이것이 각종 비리와 학력위조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학력이 조금 낮아도 어떤 일에 대한 능력은 더 뛰어날 가능성도 있는데 학벌주의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4)현대사회가 필요한 것은 학력사회가 아니라 능력이 중심이 되는 사회이다. 우리 사회가 능력중심사회가 되려면 우선 제도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학력보다는 그 직종에 맞는 새로운 평가기준을 마련하여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직종마다 각각의 평가제도를 실시하도록 장려하고 올바른 교육관에 대해 알려야 한다. 또 국민의 노력도 필요하다. 사회를 발전시키고 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학력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학벌로 인한 각종 비리나 학력위조와 같은 불법행위는 엄격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5)높은 학력이 반드시 탁월한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다. 모든 면에서 능통한 사람은 없다. 어떤 한 분야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른 분야들에서는 무지할 수 있다. 학력사회 속에 숨어 있는 인재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이수연 (죽전고 2년)


총평과 첨삭
표현 쉽고 구성도 안정…학생다움 묻어나

 이 글에는 학생다움이 묻어 있다. 논술문이라면 지레 겁을 먹고 어려운 표현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수연 학생은 쉬운 표현을 사용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전개했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쉽게 글을 쓰다 보니 안정된 글이 나온 것이다. 구성 또한 균형이 잡혀 있다. 3단 구성의 틀도 잘 드러났고 본론도 문제가 요구한 대로 학력사회의 장단점, 능력사회로 가기 위한 방안을 체계적으로 풀어나갔다.

 (1)에서는 논제 제시가 돼 있지만 정확한 글의 방향을 알려주는 문장이 필요하다. 최근 파장이 컸던 학력 위조 문제와 연관시켜 논제를 제시했다면 흥미를 유발하면서 자연스럽게 논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2)는 학력사회의 긍정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채용 기준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했고 학력 사회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도 지적해 주었다. 그런데 학력사회가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켜 왔는지 우리의 과거사를 예로 삼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면 문제의 요구를 잘 충족시켰을 것이다.

 (3)은 학력사회의 부작용으로 학벌주의를 예로 설명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학벌주의를 설명하는 데 한 단락을 전부 할애해 다양한 사고를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력사회가 잠재능력이나 인격·품성 등 종합적 평가를 가로막고, 대학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하며 사교육 열풍을 몰고 와 경제적 부담을 안겨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면 더 풍부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학벌주의 폐단으로 ‘학력위조’를 들고 있는데 이는 학벌주의에서 파생된 것이라기보다 학력중심사회의 풍토가 낳은 부작용 중 하나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4)는 학력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한 단락이다. 학력이라는 일률적 잣대보다 직종에 맞는 기능을 평가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때 직종마다 다른 평가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고심했다면 설득력을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올바른 교육관’ 을 알려야 한다고 했는데 너무 막연해서 피부에 닿지 않는다. 대안을 국가적 차원, 개인적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한 점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5)에서는 학력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힘을 합쳐 노력하자’는 등의 표현은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논술문의 문장은 하나라도 낭비가 없는, 꼭 필요한 내용으로만 써야 한다.

노미라(중앙일보NIE연구소 첨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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