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신과 영역에선 정반대다. 가을에 찾아왔다가 봄이 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계절성 우울증(SAD)이 여성에게 더 잦아서다. 계절성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 병은 일조량이 적은 고위도 지방에서 더 흔하다. 낮에 햇볕을 쬘 기회가 적은 교대 근무자에게 다발한다. 나이가 들면 이 병에 걸릴 위험은 점차 줄어든다. 55세가 넘은 환자는 거의 없다. 원인은 정확히 모른다. 일찍 해가 뜨고 낮이 길었던 여름 리듬에 익숙해져 있던 대뇌가 일조량이 적어지는 가을 리듬에 잘 적응하지 못한 탓으로 추정된다.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함병주 교수는 “증상은 기분이 우울해지기보다는 무기력해지면서 매사에 흥미를 잃는 것”이며 “많이 먹고(특히 단 음식) 많이 찌고 많이 잔다”고 설명했다.
가을·겨울 시즌엔 해가 짧아지고 일조량이 감소한다. 평소처럼 눈을 떠도 밖은 아직 어둑어둑하다. ‘가을을 심하게 타는’ 사람에게 아침에 일어나 방 안의 불빛을 아주 밝게 하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낮엔 커튼을 걷고 의자를 창문 쪽을 바라보도록 배치한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서 생활리듬을 지킨다. 옥수수·콩 등 이노시톨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는다. 인삼은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스민·라벤더 향을 맡거나 허브차를 마시는 것도 유익하다. 한방에선 라벤더향 아로마침(향기침)을 놓기도 한다.
한방차로는 연자육차가 좋다. 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최도영 교수는 “연자육(연밥씨)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오장을 편하게 해 주며 진정·강장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이 차를 만들어 보자. 연자 반컵을 흐르는 물에 씻어 건진 뒤 물기를 뺀다. 차 주전자나 냄비에 손질한 연자육과 물 3.5컵을 붓고 약한 불에서 충분히 달인다. 찻잔에 연자육차를 붓고 꿀 등을 곁들여 마신다.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법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강한 광선을 쬐거나(광선요법) 우울제 치료제를 복용(약물요법)한다.
박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