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재원 조달 자본시장에 길이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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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0면

역시 돈이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다녀온 뒤 새 남북경협 사업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 또 어떻게 마련할지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10조원(현대경제연구원)에서 30조원(한나라당 정형근의원)까지 추정액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청와대에선 “재정을 투입하지 않겠다. 국민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민간 베이스의 자금 유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이번 합의의 실천은 결국 다음 정부의 몫이다.
전문가들도 민간 자금을 얼마나 잘 끌어들이느냐가 경협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자본시장을 통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북의 재계 수행 인사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나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빠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렇다. 두 사람은 한국 자본시장을 대표할 만한 인물로, 이번에 북한을 직접 둘러보고 그곳 인사들과 대화를 나눴다면 남북경협 자금을 마련하는 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현주 회장이 나서서 ‘북한 인프라 투자펀드’를 만든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돈을 넣겠다고 나설 법하다. 그의 안목과 수완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영탁 이사장은 얼마 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에 증권거래소를 세워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옛 공산권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증권거래소의 설립이다. 이를 통해 막대한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요즘 중국·베트남은 물론 동유럽·중앙아시아의 옛 공산권 국가의 증시는 돈이 넘치면서 급등하고 있다.

이런 ‘학습 효과’ 때문에 북한이 증권거래소를 만든다면 당장 국내 자금의 호응이 뜨거울 전망이다. 아울러 거래소 설립의 전 단계로 북한 국영기업의 주식이 서울 증시에 상장되거나 국내 펀드에 편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은 고비용·고령화·저투자 등 우리 경제의 숙제를 풀어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은 그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숙해 있다.

▶지난 주
2일 통계청은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8월 서비스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7% 늘었다고 발표
2일 HSBC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외환은행 인수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해 달라며 기업 인수합병(M&A) 신고서를 제출
 
▶이번 주
8일 통계청 2007년 사교육비 조사 실태 발표
11일 금통위 콜금리 결정 회의=미국이 금리를 내린 뒤 열리는 회의여서 주목.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을 예상
12일 미 9월 소매판매 발표=월가는 한 달 전보다 0.3% 늘어날 것으로 예상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하반기 경제 전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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