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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말 외교 당선자와 난기류 주목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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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0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대통령과 당선자 또는 유력 대선주자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업적’을 눈앞에 두고서는 더욱 그렇다.

2002년 말 김대중(DJ) 대통령의 영향 속에 탄생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김 전 대통령도 그랬다. 2차 북핵위기가 고조됐을 때다. 신년 벽두인 1월 7일 DJ는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대미 특사로 파견했다. 당선자 측도 핵문제 해결을 기치로 특사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당시 임 수석은 “임기 전 북핵문제의 큰 틀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선자 측과의 의견조율은 거치지 않았다. 당선자 진영은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노 당선자의 특사단이 방미한 것은 이로부터 3주 뒤. 참여정부 들어 임성준 수석 등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한동안 한직에서 맴돌았다.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 북·미 수교 문제를 협의한 때는 10월 22일이다. 미국의 대선(11월 7일)을 보름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클린턴의 평양 방문은 마지막 순간 무산됐다. 클린턴과 올브라이트는 무척 아쉬워했다. 클린턴은 퇴임 전날 올브라이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들린, 중동문제에 매달리며 워싱턴에 머물러 있느니 차라리 북한에 갈 걸 그랬어.”(올브라이트 회고록 『마담 시크리테리』). 클린턴 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자신이 추진한 북·미 정상회담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부시는 “그것은 당신이 했던 것”이란 말로 거절했다.

대선(12월 19일)을 두 달 반 앞둔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이 2박3일의 평양 방문을 마
치고 돌아왔다. 국방장관 회담 등 정상 간 합의에 따른 남북 회담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북·미 간은 물론, 냉랭했던 북한과 일본의 관계도 후쿠다 내각 출범을 계기로 급진전할 분위기다. 북한의 핵 불능화 진도에 맞춰 6자 외무장관 회담도 열린다. 한반도 정세 대변혁의 초입이다. “왜 대선에 영향을 주고,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합의를 해왔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국제정세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와 그 이후 쏟아질 한반도의 외교안보 이벤트 속에 임기 말 정권과 대선주자, 또는 당선자 간 불편한 기류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볼 일이다. 누구든 역사적 과실(果實)에는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그 중심에 북한이 있다.

▶지난 주
2일 유엔 인권이사회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미얀마 사태 논의 위한 특별회의 개최
3일 6자회담 북 핵 불능화 이행 담은 공동문건 채택
6일 파키스탄 대선, 무샤라프 압승 했으나 후보 자격 시비

▶이번 주
8~12일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내외 국빈 방한
8~12일 송민순 외교부 장관, 독일·폴란드·네덜란드·프랑스 방문
8~10일 2007년 노벨상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발표
11일 북핵 불능화 위한 미국 전문가팀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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