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어도 즐거워 - 용이 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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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4면

10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야쿠자 기류(기타무라 가즈키)는 어린 소녀 하루카를 데리고 다니면서 환락가 가무라초에서 일한다는 그녀의 어머니를 찾고 있다. 그러나 기류가 몸담았던 조직 동성회와 얽힌 음모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보스 가자마는 실종되고, BK 반짝 은행에 은닉했던 조직의 자금 100억원이 사라지고, 기류의 고아원 친구 니시키야마는 자객을 보낸다. 게다가 10년 전 기류와 승부를 내지 못했던 괴물 같은 야쿠자 마지마(기시타니 고로)가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기류를 찾아다니고 있다.

동명의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을 영화로 만든 ‘용이 간다’는 나름대로 복잡해 보이는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지만 아무런 논리와 인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무라이 영화 ‘아이를 동반한 검객’을 연상하게 하는 기류와 하루카의 관계, 일본을 망치고 있다는 거물급 정치인 진구와 그를 막고자 하는 한국의 비밀 조직의 관계, 하루카의 이모인 유미와 기류의 관계.

이토록 수많은 관계는 어느 것 하나 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흩어져 있을 따름이다. 그것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오디션’ ‘착신아리’처럼 세련된 드라마를 지닌 공포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비지터 Q’ ‘극도공포대극장 우두’처럼 비논리적인 미로를 헤매는 영화를 만들 때에 더욱 매력적인 쾌감을 창조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용이 간다’는 처음부터 어이가 없다. 돈 한 푼 없는 은행을 털러 들어간 바보 은행강도 콤비가 그렇고, 만신창이가 된 기류가 에너지를 회복하는 반전도 그렇다. 그러므로 ‘용이 간다’는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상황과 액션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영화다.

제각기 용과 잉어 문신을 등에 새긴 두 남자가 격돌하는 맨몸의 액션, 난폭하고 잔인하지만 거리에 침을 뱉는다거나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행동은 용납하지 못하는 마지마의 코미디 등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거나 낄낄거리면 그뿐이다. 한국 배우 공유가 거물 정치인을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한국인 저격수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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