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연쇄살인 사건에 관광객 ‘뚝’… 명예회복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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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녹색 관광지’ 보성군이 최근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 보성군에 따르면 70대 어부의 연쇄살인 사건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휴일에 보통 1만여 명에 이르던 녹차 밭 등의 관광객들이 이달 들어선 2000~3000명으로 줄었다. 녹차 밭을 낀 회천면에서는 2~3일 제철을 맞은 전어 축제가 열렸으나 관광객이 예년의 3분의 1수준인 1만여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1~2주 전 이뤄지는 콘도미니엄 예약도 요즘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 곳 콘도미니엄 관계자는 “지난 해 이 맘 때만 해도 휴일에는 빈방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악재가 겹쳐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약했던 손님들도 ‘살인사건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지 않느냐’며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보성군 홈페이지에는 “무서워서 다른 곳으로 여행지를 바꿔야겠다”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보성군은 ‘자정 결의대회’를 열어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새롭게 할 계획이다. 정성을 다해 관광객을 모시겠다는 의지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또 회천면 주민들은 희생된 젊은이들을 위해 진혼제를 준비 중이다. 상가 대표와 기관·단체장으로 구성된 회천면민협의회는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음식 값을 대폭 내리고 친절을 생활화하기로 했다.

상가 대표 박모(61)씨는 “녹차 밭의 푸른 자연과 순박한 인심으로 한껏 높아진 ‘보성 관광’의 이미지 하루 아침에 무너져내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보성 콘도미니엄은 이날 회원들에게 보성을 안내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제암산 등산과 해수 녹차탕을 추천하기도 했다. 보성군은 녹차와 보성소리 등을 알리기 위한 축제에만 연간 20여 억 원을 쓰고 있다. 보성에는 지난 해 670여 만 명의 관광객이 들어 1140억 원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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