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공동 이용' 대륙 잇는 물류망 해주는 '제2 개성공단' 개발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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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정상회담에선 ▶개성공단 ▶도로.철도 연결 ▶금강산관광의 3대 협력사업을 이끌어냈다. 이번 회담에선 분야별로 협력사업의 범위를 훨씬 넓히고 분야도 확대했다. 협상 창구도 차관급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부총리급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올렸다. 그만큼 추진력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돈이다. 2000년 3대 경협사업에 들어간 직접비용은 줄잡아 1조 원 안팎이었다. 이번에는 직접비용만 5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전력 지원을 포함한 간접비용까지 포함한다면 10조원이 넘을 공산이 크다.

◆경제특구 확대=지지부진했던 개성공단은 2단계 사업을 조기 착수키로 했다. 북한은 남측이 요구한 '3통(통신.통관.통행)'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이는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가장 애로를 겪은 부분이다. 시험운행만 한 상태인 경의선 문산~봉동(27.3㎞) 간 화물열차도 개통키로 했다. 현재 개성공단 화물은 도로로만 수송하고 있으나 철도 수송 길을 연 것이다. 그만큼 물류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개성공단에 이어 해주와 주변지역을 묶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새로 추진된다. 해주는 개성에서 북서쪽으로 75㎞밖에 떨어지지 않아 사실상 '제2 개성공단'이 될 전망이다. 해주는 항만도 끼고 있어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물류망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 해주항 확장을 포함해 서해특별지대 추진에 1조원 안팎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로 구축과 공동 어로수역 설정은 군사적 논란이 있으나 경제적 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서해안 어민은 북방한계선(NLL) 때문에 조업에 큰 지장을 받아 왔다. 북한도 기름 부족으로 배를 띄우지 못해 입어료를 받고 중국 어선에 어장을 내줬다.

◆물류망 정비=경의선.동해선 연결에 그쳤던 도로.철도 연결사업을 개성~평양 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 보수로 확장한다. 이번에는 단순히 보수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 이용'조항을 넣었다. 앞으로 남한의 서해안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까지 이어지는 대륙 물류망 구축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2000년 회담 후 동해선.경의선 도로.철도를 잇는 데 사업비 5700억원이 들어갔다. 이보다 훨씬 긴 개성~평양과 개성~신의주 간 도로.철도 개.보수엔 1조~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안변과 평안남도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키로 한 것은 남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공전의 호황을 누리는 국내 조선업계는 치솟는 인건비와 후판 가격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최근 민간 조선업계도 북한에 선박 블록 공장을 짓는 방안을 타진해 왔다. 다만 조선단지를 건설하자면 조선소뿐만 아니라 접근도로와 발전소도 건설 또는 개.보수 해야 한다. 조선업계에선 한 곳당 최소한 5000억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본다.

◆자원 활용=한강 하구 골재 부존량은 10억8000만㎥에 달한다. 수도권의 건설현장에서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북한에서 반입되고 있는 바닷모래 가격으로 환산해도 3조원 가까운 가치다.

따라서 이 모래만 활용해도 경협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더욱이 한강 하구를 준설하면 임진강 수위가 1m 낮아져 북한 지역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도 앞으로 추진할 주요 경협사업 중 하나다.

문제는 경협에 들어가는 돈이다. 일단 정부가 내년에 쓸 수 있는 남북경제협력기금은 1조3400억원 정도다. 10.4 경협사업에 당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필요한 예산은 남북경협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 사업이 확대될 경우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이 경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개연성이 크다. 이 경우 이번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은 전력지원이나 경수로 건설이 협상 의제로 제기될 수 있다. 2005년 정부가 제시했던 200만㎾ 송전에만 무려 5조5000억~9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갑생.박혜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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