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서 멀어져 간다 시간이여
너의 날갯짓은 내게 상처를 남겨 놓는다
그러나 나의 입은 어쩌란 말인가?
나의 밤은 그리고 낮은?
집도 없으며
기거할 수 있는 조그만 곳도 없다
내가 나를 바치는 모든 사물들은
부자가 되어 나를 마구 써 버린다
날아가는 시간이 있네. 뛰는 것도 아니고 나는 시간을 보네. 그 날갯짓에 밤도 낮도 집도 다 흘러 가 버리네. 1904년 5월 9일자로 되어 있는 엘렌 케이에게 릴케가 보낸 편지가 생각난다. 시골에 양친의 집도 낡은 물건도 창이 있는 조그만 집도 없다고 적고 있는 릴케의 심각한 부재의 상실감은 실제의 시간이기보다 영감의 시간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시인일 것이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이여. 그대가 그대를 바친 사물들은 그대를 먹고 마구 그대를 써 버려 발몽 요양소서 눈을 감았나요. 그대 묘비명 위로 지금도 시간이 흐르네요.
<신달자·시인>신달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