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는 깃털/마르크 샤갈작(명화산책 :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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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모두가 공감하는 어린시절에의 향수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887∼1985)은 미로와 에른스트등이 무의식을 선택했던 것에 비해 어린 시절의 동경과 향수,즉 노스탤지어를 선택했다.
역시 그것은 카메라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이를테면 「잃어버린 시간」이었다.또 워즈워스가 읊었듯이「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영생을 깨닫는 노래」가 바로 샤갈의 꿈이었다.
입체파가 한 세대를 풍미하던 시절에 그 영향을 받았으나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천진난만한 샤갈의 그림은 단순히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동심의 세계가 아니다.그것은 치열한 논리와 이지의 작업이고 그 결과가 보편적인 공감 대를 바탕으로 하는 그리움 같은 정서였다.
논리적 화면 구성,즉 커다랗게 몇 개로 나누어진 공간 속에서 팔다리가 따로 노는 듯한 인물의 표현은 입체파의 분할기법을 빌려왔다.이지적 접근 방식,즉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는듯한 느낌은 아폴리네르가 오르페우스의 이름을 따 명명했던 오르피즘(Orphism),즉 광선주의에서 따왔다.샤갈의 그림에서 그 영향은 논리적 연관이 없는 소재들이 강렬한 색채를 띠고 나란히 늘어서기도 한다.정서적 반응,즉 꿈에서 보듯 두서없이 여기저기 늘어선어린 시절 추억의 단편들은 아폴 리네르가 씨앗을 뿌렸던 초현실주의의 전용특허라 할 수 있다.말하자면 입체파와 광선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짜깁기해 샤갈 그림의 배경이 만들어졌다.그러면서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니 그것이 독자 노선이었다.사람들은 그래서 샤갈과 모딜리 아니·수틴등 파리의 유대인 화가들에게「에콜 드 파리」라는 편의상의 이름을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갈을 샤갈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그 모든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작업을 저력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초월한 천진난만함이라 할 수 있다.개인적 체험을 종교적 신앙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샤갈의 뛰어 난 객관화의 능력에서 온다.
개인적 열정과 직관 감정을 보편적 논리로 치환하는 것을 객관화라 한다.화면에 나타나는 이 객관화는 주관적 객관화로 부를 수 있다.오늘날 우리가 옛 대가의 작품을 보고 경탄하는 것은 그 기법이나 구성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보편적 정서와 감정의 공감대를 호소력 있게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것은 하나의 종교나 신앙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샤갈의 그림에서 자신이 원하는 세계,즉 체험과 동경과 꿈과 환상을 본다.그것은 경제적이고 물질적이며 제도적인 현실사회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치는 감동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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