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정밀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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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103호인 충북 보은군 속리산 정이품송이 정밀진단을 받는다.

 보은군은 문화재청의 용역을 받아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정이품송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정밀진단에는 문화재관리위원과 수목병리 및 생화학 관련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해 정이품송의 잎, 줄기, 수관, 뿌리 등의 외부형태와 발달 정도, 피해상황에 대해 조사한다. 또 병해충에 대한 피해 유무와 발생 가능한 병해충 종류 및 발생시기, 가해상태, 방제방법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 이와 함께 정이품송 주변의 토양상태, 지하수 등 자연환경과 이용형태에 대한 조사·분석도 함께 한다.

 문화재청이 정이품송을 정밀 진단하는 것은 이 나무가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 1980년대 중반 솔잎혹파리에 감염돼 수세(樹勢)가 급격히 악화된 정이품송은 93년 이후 강풍과 폭설로 큰 가지 4개 중 2개가 부러진 데 이어 올해 3월 강풍에 큰 가지 1개가 부러졌다. 강풍에 부러진 가지는 검게 변했고 나머지 가지도 9개의 철재 지지대에 의지한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지난 7월 정이품송을 진단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부러진 가지가 50% 이상 말라 있었고 부러진 곳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절반이나 썩었다”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숱한 풍파와 모진 세월을 견디며 위용을 자랑했던 정이품송도 천재지변 앞에 제 모습을 잃었지만 주민과 관광객은 “정이품송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이 정이품송 살리기에 나섰고, 정밀진단으로 이어졌다. 문화재연구소 정종수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은 “나무의 줄기와 잎을 봤을 때 아직 수세가 나쁜 상황은 아니다”며 “바람의 영향을 견딜 수 있는 보존방법을 만드는 것이 진단의 포인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검사결과에 따라 보존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추가예산을 확보해 정이품송 보존에 나설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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