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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확대도 좋지만 간접교역 불편 해소 급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내 「상사맨」들이 북한과 접촉하는 협상무대는 북경과 싱가포르다. 이따금 평양과 철도로 연결되는 중국 심양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한때 번성했던 홍콩과 東京은 이미 북한과의 거래에서는 「한물 간」 도시다.북한측이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경에서는 남.북한이 직접 마주치고 싱가포르의 경우 마카오를안마당 드나들듯 하는 북한 상사원들이 싱가포르로 건너와 거래를맺는다.하지만 계약할 때는 제3의 중개업자를 세우는게 不文律이다. 『북한은 접촉은 하지만 절대 남한측과 1대1 계약을 못하게 합니다.』(K상사맨) 북한과의 거래에서 중개업자가 차지하는커미션은 대개 거래금액의 1%다.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북한과의 위험스런 거래에 즐겨 참가하는 중개상은 북경의 중국업체나 홍콩의 전문 거래상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불안정한 북한과의 거래에는 믿을 만한 3국의 중개상을끌어안는게 편할 때가 많습니다.납기가 제대로 안지켜지거나 물건에 하자가 있을때 직접 북한에 항의할 수 없는만큼 중개상에 책임을 돌리면 되기 때문이지요.』(D상사맨) 거래가 성사돼도 북한과의 교역은 긴장의 연속이다.특히 수송문제는 보통 까다로운게아니다. 북한과의 거래는 규모가 작아 국내회사들은 전용선 대신몇개 업체들의 짐을 한꺼번에 수송하는 제3국 선적의 공용선을 많이 쓴다.
따라서 남한에서 떠날때 보름정도씩 물건이 쌓이기를 기다려야 하고 북한에서 싣고 내려올 짐까지 모두 쌓인 것을 확인한 뒤 시간을 맞춰 배를 띄운다.우리 업체들은 편리한 컨테이너수송을 선호하지만 북한에는 남포나 원산에 컨테이너 하역시 설이 있어도능력이 처지고 남한과 다른 러시아産 컨테이너 규격이라서 제3국을 거쳐 일반화물로 수송해야 한다.
(주)시월의 尹시중사장은 『한때는 컨테이너로 홍콩까지 실어날라 홍콩에서 짐을 풀어 다시 일반화물로 북한까지 수송했다』며 『북한은 3국 경유 원칙을 어기면 2만달러의 벌금을 매긴다』고말했다. 항로 단축을 위해 91년부터 인천에서 출항할 경우 홍콩대신 중국 대련항을 들러 남포로 들어가고 부산에서 떠날 경우일본 모지항을 들러 원산이나 청진으로 들어가는 새 항로를 개발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접안은 하지 않고 外港에 「터치」만하고 도장을 받은 뒤 곧장 북으로 직행하는데 보통 이틀정도 걸린다. 북한과의 위탁가공에서도 불편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상사들은 북한에 원.부자재와 함께 샘플과 작업지시서를 보내고 물건이 반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임가공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가방이나 면장갑,운동복,남자 바지등 「단순제품」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남성 정장,티셔츠,여자용 재킷등 유행과 패션이 가미된 제품까지 임가공이 확대되면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감독자가 빤히 앞에서 지켜보는데도 불량품이 나오는 실정인데 품질을 믿기 힘든 상황에서 물건이 빠져나올때까지 기다리는것은 얼마나 초조한지 모릅니다.』(Y상사맨) 그래서 국내상사들은 기술자의 남북왕래 허용이 중요하다고 여기는데 상사맨들은 최근 북한에서도 이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한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한국에 방북 초청장을 보내고 있는데 그전에회장이나 대표이사에게 보내오던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직접 거래에 참가하는 부장과 과장등 실무자들에게 초청장이 온다는 것이다. 오늘도 남북교역의 현장에서 뛰는 상사맨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당장 직면하고 있는 간접교역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도록 청산계정을 도입하고 수송비를 아끼기 위해 판문점 부근의 컨테이너 야적장 설치와 육로운송의 허용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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