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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보는 남북정상회담/미하일 트타렌코(긴급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특정국 영향력 강화되면 곤란/한반도 긴장완화 측면서 큰성과 기대/러시아 상호접촉에 개입하지 않을것
최근 서울과 평양에서 들려온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소식은 획기적이고도 희망적인 것이다.그러나 이 회담은 남북한의 맹목적 불화에 대한 이성의 승리이자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에 대한 정치적인 현실주의의 승리라는 측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우려를 함께 불러 일으킨다.
물론 이 회담에서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서로간의 문제해결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줄 것이다.또한 두 지도자의 만남은 한반도의 평화적 정치분위기와 남북한간의 건설적인 대화에 현실적인 희망을 던져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첫걸음으로 기능할 것이다.
정상의 만남이 남북한간에 쌓여있는 수십년간 냉전의 산물인 장벽을 한꺼번에 허물지 못할 것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이 만남은 적어도 이러한 장벽을 허무는 작업의 시작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 지도자는 여러가지를 얻고자 노력할 것이다.우선 김영삼대통령은 당연히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할 것이고 북한의 핵개발 여부에 대해 보다 명확히 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평양측은 아마도 김대통령이 희망하는 이 문제를 오는 8일 제네바에서 열릴 미국과의 회담에서 다루고자 할 것이다.제네바 회담이 앞으로 남북한간의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설정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전면적인 남북한간의 군축문제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러시아가 제안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당면 현안을 둘러싼 해결책으로서의 국제회의도 아직까지 국제사회에 제안된 유일하고도 유효한 제안이며 타당성을 가진 대안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남북한 지도자들간의 회담에서 나올 어떠한 정치적 선언도 사실상 정전상태에 있는 한반도를 평화와 공존의상태로 옮겨 놓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정치적 선언과 더불어 한반도의 법률상 평화보장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면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얻을 수 있는 관계 진전은 과연 어떤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러시아에서 생각할수 있는 것들은 ▲군사적인 긴장완화,상호 핵통제,남북한간의 비핵화에 대한 과거의 합의사항 준수 ▲군사정전위가 안정을 보장하는 다른 조직으로 대체되는 문제 ▲남북한간 경제협력에서 장애요소 제거로 긴밀한 관계 도모 ▲친족 방문 및 기타 과학·스포츠 교류상의 상호제한 축소 등이다.
그러나 정상들의 첫번째 만남에서 어떤 커다란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평양이나 서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만남은 전쟁의 위협을 방지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분명히 이번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김영삼대통령은 이 계획에 대해 지난번 모스크바 방문때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의 모든 나라에 남북한이 갖고 있는 정치적인 능력에 대한 교훈을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러시아도 이번 만남을 통해 이루어질 결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것이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통해 러시아의 남북한 접촉에 대한 기본입장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러시아는 남북한간의 반목을 유지하거나 서로를 대립시키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상호간의 접촉에 개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 정책의 최종적인 목적은 한반도가 냉전의 마지막 유물의 지위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야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이루어지는 평화공존의 시도는 그것이 단한발자국에 그칠지라도 환영한다.이 때문에 러시아는 제네바 북―미회 담 재개소식과 평양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대해 우선적이고도 원칙적인 환영을 표하는 것이다.우리는 한마디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느낌과 조심스런 희망의 감정을 느낄수 있었다.
남북한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어떤 특정 국가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와 결합된다면 이는 주변국가에 지극히 우려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이 때문에 우리는 남북정상들의 이번 만남이 주변국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행동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은 이번 정상회담이라는 의외성에도 불구하고 기본원칙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원칙은 이데올로기의 압제에서 벗어난 러시아가 국가이익에 기초해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협력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러시아는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는 한반도 비핵화 시도에 대한 일방적인 이니셔티브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남북한간의 대화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것이다.<러 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장>
□약력
▲철학·정치학박사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문제연구소장 ▲러시아 중국학회회장 ▲「극동의 제문제」지 편집위원 ▲러시아 외무부 정책자문위원 ▲한·중·일 정치문화 비교연구센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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