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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와 한국의 사업기회(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라야마내각의 출범은 엔고를 막기는 커녕 조장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달러당 1백엔시대는 가고,98엔으로 가치가 올라버린 엔화는 1주일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정상회담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90엔대로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엔고는 일본 경기회복의 숨통을 죄는 요인 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우리 입장에서는 엔고로 수출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성장이나 물가같은 거시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정작 엔고를 통해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가능성과 우리 기업의 사업기회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사실이다.동시에 엔고로 자칫 구조조정과 합리화 노력이 소홀해져 체질개선이 늦어질지 모르는 점에 대한 경계를 해야 한 다.또한 일본이 생존을 위해 이미 베이스를 구축해 놓은 동남아지역으로 제2차 진출을 감행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염려해야 한다.
이 세가지는 한국경제의 향후 생존및 번영과 직결된 전략적인 선택의 문제다.따라서 엔고는 일본에만 위기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온다.그런데 불행히도 정부나 기업은 충분히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는 달러당 90엔이 되었을 경우 일본기업의충격을 분석하면서 경쟁이 되는 한국기업의 사업기회가 유망한 분야로 승용차·조선·반도체 메모리·TV·플라스틱 필름등을 꼽았고,어려워지는 분야로는 유압기계·산업용 로봇·환경 설비등을 들고있다. 이중에서 승용차는 달러당 1백20엔에서 1백엔으로 엔화가 올라도 별로 한국기업에 유리할 것이 없으나 90엔이 되면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고 본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이와 아울러 90엔대가 고착될 경우 일본기업이 취할 수 있는대책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음은 우리로서도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기업의 사업기회를 최대한 열어주는 것이다.결국 성장의 견인차는 기업이란 점에서 사업기회가 유망한 분야로 자원이 집중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특혜를 주는 과거방식이 아니라 사업기회가 있고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서 자원이 가용되어 효율성이 증진되도록 미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엔고로 마땅히 정리되어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통합돼야 할 한계적 부문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자금을 통해 촉진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한국기업은 이제 일본기업과 정면승부할 각오로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기업들이 동남아로 몰려가는데 손을 놓고 있으면 몇년 후에는 뒤통수를 얻어맞을 것이 분명하므로 한가롭게 환차손이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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